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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구, 책상 밑으로 돈봉투 줘”...수수 의혹 의원 명단도 공개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됐다 보석 석방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됐다 보석 석방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 재판에서 강래구 전 감사협회장이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돈 봉투를 나눠주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강모 전 민주당 체육특별위원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김미경·허경무) 심리로 열린 돈 봉투 사건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3월 30일 지역본부장회의 장면을 언급했다. 강 전 위원장은 “’누군가 ‘차비 좀 줘야 하지 않냐’ 해서, 언뜻 보기에 돈 봉투인지 모르겠지만 한사람인가 두 사람인가에 책상 밑에서 주는 걸 봤다”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A·B 전 지역위원장이 맞냐”는 검찰의 질문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강 전 위원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도 “(이 회의에서) 강래구 전 협회장이 돈 봉투를 나눠줬다” “그중 한 명이 ‘이것밖에 안 되냐’고 하자 ‘더 열심히 할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위원장은 이날 재판에서도 이같은 진술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강 전 위원장은 “밥값을 달라”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거듭된 요구에 500만원을 건네줬다고 증언했다. “서 있든 앉아있든 수시로 말했다”는 게 강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 전 부총장은 2021년 4월 이 돈을 다른 지역본부장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위원장은 “실장들 식대비로 준 것이 분명하다”며 “이 돈을 만약 지역위원장에게 줄 거면, 제가 주지 왜 이정근한테 줬겠냐”고 했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이 지역본부장들에게 돈을 나눠준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강 전 위원장을 상대로도 ‘지역본부장들을 대상으로 한 돈봉투 살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강 전 위원장은 “몰랐다”고 답했다.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 전체 명단도 공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뉴스1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뉴스1

이날 오전엔 박용수(구속기소) 전 송영길 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박 전 보좌관 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송 전 대표 지지 국회의원 전체 명단(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영호·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영순·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윤재갑·이성만·이용빈·임종성·전용기·한준호·허종식·황운하)을 공개했다. 윤관석 무소속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 소회의실서 열린 이 모임에서 돈 봉투를 살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박정 의원은 회의 장소에서 본 기억이 없다. 김남국 의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2021년 4월 28일) 참석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돈 봉투 살포 현장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박 전 보좌관은 또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이를 국회의원들에 건넨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증언했다. 박 전 보좌관은 “지방일정과 각종 언론인터뷰 등 개인 일정들이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지시나 지침 없이 캠프의 비공식 자금을 사용할 수 있나”고 다시 물었지만, 박 전 보좌관은 “그런 걸 다 보고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의 이날 명단 공개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의혹과 전혀 관련된 바 없다”(김병욱 의원)며 반발했다. 검찰을 향해선 “혐의와 관련 없는 이름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불법 프레임을 씌우려는 저급한 시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한준호 의원)는 비판도 나왔다.

'송영길 사건' 수심위 소집 불발…수사 속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송 전 대표 측이 지난 3일 소집을 요구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은 이날 불발됐다. 회사원과 교수 등 시민 15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시간 40분간 논의 끝에 송 전 대표의 뇌물 수수 등 혐의 사건을 대검 수사심의위위원회에 올리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수사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수심위 소집이 불발되면서 송 전 대표를 향하는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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