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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탄핵' 이정섭 검사 압색·직무배제…이재명 수사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사는 남의 죄를 단죄하는 사람이다. 자기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 검사의 범죄와 비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한 점 의혹 없이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히라. 다만, 탄핵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아직 그런 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은 여전히 정당하지 않다.”

 이원석 검찰총장.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은 20일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와 직무배제를 발표하기 전 검찰 내부에 이렇게 밝혔다. 검찰은 이정섭 차장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날 첫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이 차장검사는 수원지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이 차장검사의 처가가 운영하는 경기 수원의 용인CC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 역시 이 차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보 등을 토대로 제기한 의혹들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이정섭 차장검사. 뉴스1

이정섭 차장검사. 뉴스1

 당시 김 의원은 2020년 12월 24일 이 차장검사가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됐던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가족·지인 간 식사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가 수사 대상이었던 재벌그룹 부회장이 마련한 것이란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차장검사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기록을 불법 조회하고, 자녀의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의혹이 제기된 두 차례의 위장전입 가운데 2018년 8월의 전입은 불법이라 하더라도 공소시효(5년)가 끝났지만, 2021년 4월의 전입은 불법일 경우 공소시효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3년)가 아직 남아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이 차장검사를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하고, 지난 10일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가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지난 9일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돼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와 함께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차장검사는 논란 직후 꾸준히 “(재벌그룹 부회장은) 평소 가족이 잘 알던 지인을 스키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고, 밥값도 전부 우리가 냈다”며 “지금 나오는 의혹들은 이혼 소송 중인 처남의 아내가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제기하는 것으로, 수사·감찰 결과가 나오면 제 결백이 입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에게 제기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20일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20일 오후 경기 수원지검의 모습. 뉴스1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에게 제기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20일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20일 오후 경기 수원지검의 모습. 뉴스1

 이 차장검사가 수원지검에서 직무배제됨에 따라 ‘이재명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일 민주당의 검사탄핵안이 발의되자 이원석 총장도 “차장검사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지면 수사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이날 민주당 검사범죄TF 관계자는 “이 차장검사를 강제수사한 것은 검찰이 탄핵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그냥 놔두면 이재명 수사의 정당성까지 무너질 수 있으니 급한 불을 끄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수원지검 1차장이 2차장을 대행하는 형태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기존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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