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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대한민국 바닷가에 사막이 있다고? 단순한 모래 언덕이 아니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풍·해일 막는 자연 방파제 ‘해안사구’ 
사람과 동식물 모두의 생태계 지킴이예요

사구(砂丘)를 아시나요. 사구는 바람에 의해 이동한 모래가 퇴적된 모래 언덕을 말합니다. 크게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해안사구와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내륙사구로 나뉘죠. 사막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안사구만 볼 수 있는데, 태풍이나 해일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비롯해 수분과 영양분이 적고 바람과 햇빛은 강한 독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의 서식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작은 사막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최대 규모인 충남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어요.

사구의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바닷가로 내려가는 소중 학생기자단.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사구의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바닷가로 내려가는 소중 학생기자단.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사막, 해안사구는 말 그대로 해안에 모래가 쌓여 생긴 언덕을 말해요. 바닷가 모래밭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썰물일 때 바닷물이 빠지면서 햇볕에 드러나 마르게 되는데, 이때 바람에 의해 날린 모래가 해안 주변으로 쌓이며 모래 언덕을 만들죠.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는 1차 사구와 퇴적된 모래가 다시 침식·운반·퇴적되면서 형성되는 2차 사구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 해안에는 전국적으로 약 189개의 해안사구가 있는데요. 전라남도(58개소), 충청남도(42개소), 강원도(30개소) 등 연안 및 도서에 높은 비율로 분포하죠. 해안사구가 있는 시·군·구는 총 30곳으로, 그중 전남 신안군이 30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충남 태안군이 26개로 서해안에 면한 행정구역 내 해안사구 밀도가 높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신두리 해안사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신두리 사구센터에서 최경자(오른쪽)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신두리 해안사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신두리 사구센터에서 최경자(오른쪽)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전체 길이 3.4㎞, 폭 0.5~1.3km로 단일 사구지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규모가 크죠.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된 북쪽지역 일부가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학술 가치로도 동식물의 서식지로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해안사구와 그 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신두리 사구센터를 찾았어요. 먼저 신두리 해안사구 소개 영상을 본 다음 전시실을 둘러봤습니다. 최경자 생태해설사가 1967년도와 1998년도의 신두리 해안사구 비교 사진을 가리켰죠. 모래가 점점 줄어든 게 보였습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의 세월 동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죠. 예전엔 80만 평(약 264만㎡) 정도였는데 지금은 30만 평(약 99만㎡)만 남았어요. 옛날엔 여기가 군사보호지역이었는데 그게 풀리면서 가게도 생기고 펜션도 생기며 개발을 하게 됐거든요.”

사람들의 이기로 인해 훼손의 위험에 처했지만, 다행히 해안사구의 가치를 이해하고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뜻을 모아 보전운동을 펼쳤고 그 결과 2001년도에 우리나라 해안사구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고 해요. 최 해설사가 바다에서 모래가 날아와서 모래 언덕을 만드는 해안사구의 특징을 얘기하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방이나 둑을 쌓다 보니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왔다 나가는 게 많이 막혔어요. 그래서 바다로 들어가는 돌덩이가 거의 없어졌죠. 돌덩이가 바다로 가야지 파도에 의해 깨지고 육지로 와 바람에 날려 쌓일 수 있는데 지금 그런 것들이 잘 안 되면서 모래가 옛날보다는 적게 날아오고 있습니다.”

사철쑥은 초종용이 기생하는 기주식물로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포기째 건조해 약재로도 쓰인다.

사철쑥은 초종용이 기생하는 기주식물로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포기째 건조해 약재로도 쓰인다.

신두리 사구센터에서는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는데요.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모래 언덕 같지만 식물 260종, 새 39종, 곤충 116종, 포유류 12종 등 수백 종의 동식물이 이곳에 살고 있죠. 왕희재 학생기자가 “해안사구 식물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모래밭에 사는 풀들을 사초라고도 하는데 사구식물은 수분과 양분이 부족하고 소금기가 많아 식물이 살기에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닌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래서 생존력이 굉장히 강하고, 무기질이나 유기질이 많은 곳에서는 살기가 힘들죠. 뜨거운 햇볕을 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잎이 가늘거나 잎과 줄기 등에 털이 있고, 척박한 곳이니 뿌리를 길게 땅속 깊이 뻗어서 땅속에 있는 영양분이나 물을 빨아 먹는 식이죠. 바람을 견디기 위해 키가 작거나 지면에 붙어 바닥을 기거나 비스듬하게 옆으로 뻗으며 자라요. 그래서 사구식물은 날아온 모래가 다른 데로 다시 날아가지 않게 모래를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전시실에서는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 사구식물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해당화의 향긋한 향과 순비기나무의 솔잎향 등을 맡아보는 이이삭 학생기자.

전시실에서는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 사구식물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해당화의 향긋한 향과 순비기나무의 솔잎향 등을 맡아보는 이이삭 학생기자.

특유의 향을 자랑하는 사구식물도 있죠. 장미과인 해당화는 향수의 원료로 사용될 만큼 향이 좋은데요. 5~7월 해당화가 필 때쯤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하면 향긋한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고 해요. 순비기나무는 꽃과 열매뿐 아니라 잎과 줄기에서도 솔잎과 비슷한 특유의 향기가 납니다. 향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입욕제로 사용하기도 하죠. 사철쑥 뿌리에 기생하는 초종용은 산삼과 비슷한 특유의 향이 나고, 갯방풍은 더덕과 비슷한 독특한 향기를 풍겼어요. “이따가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하면 사구식물을 직접 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을 거예요. 가 보면 사막이라더니 ‘왜 이렇게 풀이 많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러 외래식물 때문이에요. 사구식물은 키가 많이 크지도 않고 바람이 불었을 때 자연스럽게 잘 휘어지죠. 근데 외래식물들은 키도 크고, 빨리 자라서 사구식물을 못 살게 하죠.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이 외래식물 제거 활동을 하기도 해요.”

식물 외에도 다양한 새·곤충·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신두리 사구센터 앞 조형물의 주인공 소똥구리입니다. 소똥을 긁어모아 뭉쳐 공 모양으로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 한때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사구저지의 담수를 이용해 소를 방목했는데, 소의 방목이 중단되면서 소똥을 먹고 사는 소똥구리도 함께 사라졌죠. 현재는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해 5마리 소를 방목하며, 2023년 9월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했죠. 머지않아 신두리 해안사구에 다시 소똥구리가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라니·토끼·삵 등 다양한 동물 정보까지 보고 나니 신두리 해안사구 탐방이 더욱 기대되었죠.

‘국내 최대’ 충남 신두리 해안사구에 가다

이이삭·김서호·왕희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충남 태안군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이이삭·김서호·왕희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충남 태안군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탐방에 앞서 최 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사구식물을 찾으면 표시할 수 있는 빙고카드, 식물을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돋보기, 식물을 더욱 인상 깊게 보고 인증 사진도 남길 수 있는 액자틀을 나눠줬습니다.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에 도착하니 길 따라 나무데크가 쫙 깔려있었죠. 해안사구와 동식물 보호를 위해 이동로를 정해둔 거예요. “멸종위기종 2급 표범장지뱀 같은 동물도 있어 데크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데크가 깔린 길로만 이동한 덕분에 동식물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어요. 제가 8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일주일에 표범장지뱀을 한 마리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10마리를 볼 때도 있죠.” A·B·C 세 가지 코스로 나뉜 산책로는 각각 30분, 1시간, 2시간 여가 소요됩니다. 모래 언덕·초종용군락지·순비기언덕·고라니동산·곰솔생태숲·억새골·해당화동산 등 장소 특색을 반영한 팻말과 자세한 동식물 설명이 탐방을 돕죠.

입구 바닥에 있는 모래를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알갱이는 한 줌 줍기가 무섭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입구 바닥에 있는 모래를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알갱이는 한 줌 줍기가 무섭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사구식물을 찾으며 빙고판을 하나씩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에 액자틀을 대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사구식물을 찾으며 빙고판을 하나씩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에 액자틀을 대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최 해설사가 입구 바닥에 있는 모래를 한번 만져보라고 했어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알갱이는 한 줌 줍기가 무섭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죠. 걸을 때마다 다양한 사구식물을 볼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신두리 사구센터에서 살펴본 관목식물 순비기나무·해당화를 금세 발견했죠. 특히 해당화는 병충해나 진딧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 옷을 입고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잎 뒷면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솜털이 앞면엔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한 반짝반짝 큐틴질이 감싸고 있었죠. 바닷가 식물의 이름에는 흔히 '갯'을 붙이는데요. 갯메꽃·갯완두·갯씀바귀·갯방풍 등의 식물을 찾으며 빙고판을 하나씩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했죠.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에 액자틀을 대고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모래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 포집기가 설치된 모습.

모래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 포집기가 설치된 모습.

모래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모래를 잡아두는 도구인 모래 포집기와 모래 반사판이 설치된 것도 보였습니다. 모래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고 바람이 불 때 바람의 속도를 죽이고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꿔 모래 퇴적을 유도하죠. 2년 전에 설치된 모래 포집기는 모래에 다 덮여 있었어요. 모래 위에 뽕뽕뽕 구멍이 뚫린 자국은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의 집입니다. 종이로 모래를 살짝 퍼 올리니 개미귀신이 나타났어요. 김서호 학생기자가 “엄청 작네요”라고 말하며 개미귀신을 자세히 관찰했죠. 개미귀신은 모래밭에 뒷걸음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절구 모양의 둥지인 개미지옥을 만듭니다. 개미 등 작은 곤충이 떨어지면 머리로 모래를 끼얹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큰 턱으로 물어 소화액을 넣은 다음 녹여 체액을 빨아 먹죠. 김서호 학생기자는 개미귀신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그 흔적을 찾는 데 몰두했습니다. 이외에도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 표범장지뱀의 집으로 추정되는 구멍, 고라니 발자국 등 다양한 생물들의 흔적을 발견했죠.

이국적인 풍경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이국적인 풍경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이국적인 풍경의 초승달 모양 모래 언덕에 자연스레 시선이 가죠. 신두리 해안사구의 형태는 말발굽과 초승달 모양의 바르한(barkhan) 사구로 사구의 양쪽 끝이 바람이 부는 쪽으로 향하여 서서히 이동하면서 만들어져요. 사하라사막이나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투르키스탄의 사막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막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모래언덕,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막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모래언덕,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충남 태안군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충남 태안군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며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서호 학생기자가 “큰 모래 언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왜 신두리에만 이런 사구가 생겼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신두리 해안사구는 북쪽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북서계절풍이라는 한 방향으로 계속 부는 바람이 신두리 해안사구를 만들고 있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막이 있었나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사진을 잘 찍으면 해외의 사막 느낌이 나서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모래 속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파놓은 연못도 볼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모래 속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파놓은 연못도 볼 수 있다.

걷다 보니 소나무 군락이 나왔죠. 모래바람이 민가에 불어 생기는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방사림입니다. 여기에 사는 소나무는 바다의 염분을 잘 견뎌내고 줄기와 가지가 검은빛을 띠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고 부르죠. 해안사구에는 흔히 배후습지가 형성됩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흐르던 민물이 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골짜기에 고이면서 습지가 생기기 시작하고, 사구가 성숙이 되면 습지도 성숙기에 들어갑니다. 사구를 통해 흘러 들어간 민물은 지하수의 수위를 높여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밀려들어 와 지하수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도 하죠. 신두리 해안사구 남쪽에는 두웅습지라는 사구 배후습지가 있어요. 두웅습지는 희귀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생태학습장이죠.두웅습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이날은 시간이 부족해 둘러보지 못했지만 탐방로에는 모래 속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파놓은 연못이 있었어요.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띠풀이라고도 하는 삘기와 억새 등 외래식물도 무성하게 자랍니다. 사구식물이 있는 곳이 황량한 느낌이라면 외래식물이 있는 곳은 무성했죠. “너무 잘 자라 제거를 해도 역부족이죠. 사구는 사구식물 있는 쪽처럼 황량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여긴 안 그렇죠. 사구식물은 뿌리를 깊게 내려 모래를 지탱해 모래의 퇴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외래식물 근처에는 사구식물이 살 수 없어요.” 외래식물은 사람들에 의해 옮겨지기도 하고 바람과 물, 철새 등에 의해 씨앗이 날아와 발화하기도 합니다.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모래 언덕 뒤로 펼쳐진 바다와 늦가을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모래 언덕 자체도 다양하고 바다 쪽의 백사장이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모래 언덕 자체도 다양하고 바다 쪽의 백사장이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순비기언덕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둘러본 곳들이 한눈에 보였죠. 모래 언덕 자체도 다양하고 바다 쪽의 백사장, 뒤쪽의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어요. 이이삭 학생기자가 “풍경이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사구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겨울에 북서풍이 불어와 모래 언덕을 만들 때가 제일 좋고요. 오전과 오후 모래 언덕의 색이 달라요. 아침에는 밝은색으로 보이고 오후가 되면 약간 붉은색으로 보이거든요.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올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곳이 이 신두리 사구죠. 해당화 꽃을 보려면 5~6월쯤이 좋고 이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따라 찾아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사구의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가는 길에 사구식물인 갯그령도 만났죠. 뜨거운 햇볕과 수분기를 잘 견뎌 바닷가 가까이 자라는 갯그령은 사구와 백사장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갯그령이 살고 있으면 사구, 그렇지 않으면 백사장으로 분류하죠. 해안가에서도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로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걸려 이 자리에 쌓이게 하는 모래 포집기를 볼 수 있었어요.

엽낭게와 달랑게의 흔적을 찾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모래를 잔뜩 삼켜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다.

엽낭게와 달랑게의 흔적을 찾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모래를 잔뜩 삼켜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다.

엽낭게와 달랑게가 뱉어놓은 모래 경단은 햇볕에 마르고 해풍으로 인해 육지로 운반돼 사구가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된다.

엽낭게와 달랑게가 뱉어놓은 모래 경단은 햇볕에 마르고 해풍으로 인해 육지로 운반돼 사구가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두리 해안을 다니다 보면, 작은 모래 경단이 모여있는 곳이 나옵니다. 엽낭게와 달랑게의 흔적이죠. 엽낭게와 달랑게는 모래를 잔뜩 삼켜 좋아하는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죠. 엽낭게와 달랑게가 뱉어놓은 모래 경단이 마르고 해풍으로 인해 육지로 운반돼 사구가 형성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해안사구의 가치와 우리의 노력
사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신두리 해안사구 탐방을 하고 나니 단순히 모래만 쌓인 곳으로는 안 보이죠. 사구는 우선 해안과 그 뒤쪽의 인간 거주공간을 구분하며, 바닷바람을 막아 바다와 농경지를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안선의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죠. 또 사구는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공간이에요. 신두리 해안사구에도 많은 생물이 살죠. 또 지하수 저장공간 역할을 합니다. 모래로 침투한 빗물이 사구 속 바닷물 위로 쌓이며 지하수를 만들어내 바닷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죠. 서종철 한국환경지리연구소 이사(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해안사구의 가치로 “해안에 파랑이 들어올 때 파랑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 쓰나미 같은 피해도 줄여줍니다”라고 얘기했어요.

우리나라에는 약 189개의 해안사구가 있지만 신두리 해안사구처럼 잘 정비되어 있고 구경 가기 좋은 곳은 드문 편입니다. 서 교수는 “인천 대청도의 옥죽동 해안사구, 전남 신안의 우이도 돈목 해안사구가 그나마 괜찮은 상태고, 제주도에도 사계 해안사구·신양 해안사구·김녕 해안사구·월정 해안사구 등 많이 분포된 편입니다. 태안도 그렇고 상당히 많은데 모래 언덕이 노출되어 있지 않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저게 사구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라고 밝혔죠. 환경부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건 2개인데 강원도 강릉 하시동 안인 해안사구는 최근 침식이 많이 진행되어 구경하기는 어렵고, 충남 보령 소황 해안사구는 입구 쪽에 모래가 조금 있다고 해요.

해안사구는 다양한 이유로 훼손되고 있는데요. 일단 사구가 형성되려면 모래 공급이 많아야 합니다. 근데 1960~8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토사 유출량이 줄어들면서 사구의 역동성이라든지 면적이 줄어들기 시작했죠. 여기에 해수욕장을 개발하며 사구 지대에 상가나 도로가 들어선 게 큰 타격을 줬습니다. “해수욕장을 비롯해 종합적으로 진행된 개발들이 있고, 1960~70년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곰솔을 심으면서 경관도 획일화되고, 이게 고정이 되면서 사구가 움직이질 않고 사구 면적은 자꾸 줄고 훼손되기도 했죠.”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바닷가 주민들의 생활, 태풍·해일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도 해안사구 훼손을 줄이고 보존하기 위해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하는데요. 해안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서 교수는 개발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외국에 가면 우리나라처럼 관광지 바로 코앞까지 차가 들어서지 못해요. 네덜란드의 경우 사구 지역은 보호하고 뒤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바다에 나가려면 한참 가야 돼요. 우리나라는 사구 지역 안에 주차장 만들고 관광지를 만들죠. 탐방 의식이라든지 어떤 지역에 대한 개발 인식 자체가 바뀌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가장 중요하고, 해안사구처럼 민감한 지역은 살짝 피해서 개발 행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 교수는 탐방로 같은 경우에도 곰솔 숲 사이로 거의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해안길 개설을 해서 운영해야 하고, 기존의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하며, 새로운 콘셉트로 깔아뭉개고 다시 하는 거는 위험한 방식이라고 덧붙였어요.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해당화

5~7월 신두리 해안사구 곳곳에 피는 홍자색꽃. 향이 좋아 향수 원료, 색이 고와 색소로 쓰였으며 약재로도 쓰입니다.

개미귀신

속이 비치는 날개를 가진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로 타원형으로 털이 듬성듬성 난 몸에 가늘고 날카로운 큰 턱을 가지고 있죠. 모래밭에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절구 모양의 함정을 파고 숨어있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개미와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순비기나무

마편초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키는 20~80cm 정도. 줄기는 땅 위로 덩굴처럼 퍼져나가며 전체적으로 회백색의 잔털이 있어요. 약간 네모진 가지 끝에서 7~9월 보라색 꽃이 층층이 피어납니다.

갯그령 

옆으로 길게 뻗는 뿌리줄기는 땅속에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바람에 움직이는 모래 위에서도 단단히 고정되어 살아갑니다. 꽃 이삭은 벼와 비슷하고 잎에는 흰 털이 있죠.

달랑게 

모래를 잔뜩 삼켜 좋아하는 먹이만 빼 먹은 후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 놓는 특성이 있죠. 몸 양쪽 집게발의 크기가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초종용

사철쑥이나 다른 국화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나눠 먹습니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초종용도 사철쑥 군락 안에 집단을 이루어 살아요. 5~6월에 연한 자줏빛의 꽃을 피우고, 꽃이 달리는 원줄기는 약재로 사용합니다.

통보리사초

사초는 모래에서 사는 풀이란 뜻입니다. 사초라는 이름의 식물 중 실제로 모래에 사는 식물은 통보리사초가 대표적이죠. 통보리사초의 나무처럼 단단한 땅속줄기는 모래를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

갯쇠보리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30~80cm정도, 밑부분의 마디에서 굵은 뿌리를 내리며 가지가 비스듬히 갈라지면서 작은 무더기를 형성해요. 몸 전체적으로 길고 흰 털이 촘촘하게 나며 편평한 잎은 어긋나죠. 7월에 꽃이 핍니다.

갯방풍 

‘방풍’은 바람을 막는다는 뜻인데, 중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산삼만큼 몸에 좋아서 바닷가 모래에서 나는 산삼이라는 뜻에서 해사삼이라고도 불리죠. 온 몸이 흰 잔털로 덮여있고, 6~7월에 우산 모양의 흰색 꽃을 피워요.

갯메꽃

굵은 뿌리줄기가 땅 위로 뻗거나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 몸을 고정하기 때문에 모래밭뿐 아니라 바위틈에서도 자랍니다. 5~6월에 옅은 붉은색의 나팔모양 꽃이 피죠.

꼬마물떼새 

물떼새 종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습니다. 알을 지키기 위해 천적이 가까이 오면 어미새가 다친 척해 천적을 둥지로부터 멀리 끌고 가는 습성이 있어요.

표범장지뱀

등쪽에 있는 호랑이무늬 얼룩반점으로 이름이 지어졌죠. 주로 강변의 풀밭이나 돌 밑 또는 모래·흙 속에 구멍을 파고 살며, 행동이 날쌔고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왕희재·김서호·이이삭(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의 작은 사막,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해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왕희재·김서호·이이삭(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의 작은 사막,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해 해안사구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처음 해안사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떻게 이런 모래 언덕이 만들어졌을까?’ 너무 궁금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완벽하게 해결되었어요. 해안사구에서 여러 동물과 식물들을 봤는데, 그중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바로 ‘개미귀신’이었죠.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 애벌레로 모래에 함정을 파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는데요. 모래 언덕 안에도 생태계가 있다는 게 실감 났죠. 외래식물 때문에 표범장지뱀 같은 친구들이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으니 걱정도 되었어요. 다른 계절에 다시 방문해서 다른 풍경도 보고 싶습니다.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신두리 해안사구를 처음 봤을 때 탁 트인 바다 앞에 식물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모습이 색다르고 신기했습니다. 작년에 가족들과 아랍에미리트의 한 사막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모래만 있는 사막과는 아주 달랐어요.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순비기나무입니다. 순비기나무 열매의 진한 향이 매우 좋았죠. 척박해 보이는 모래밭에서 순비기나무가 향기롭게 자란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어요. 개미귀신을 잡은 것도 인상적이었죠. 방문한 날 날씨가 조금 흐려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날씨가 화창한 날 바다와 백사장,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이번에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했는데, 처음 입구로 들어가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경치가 너무 좋았고, 규모가 제 생각보다 훨씬 커서 두 번째로 놀랐죠. 이번 취재를 통해 해안사구의 생태계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보기에도 너무 좋지만 안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보니 더욱 멋지더라고요. 또 생태해설사 선생님이 그냥 갔으면 몰랐을 여러 경험을 나눠 주셔서 더욱 풍성한 체험이 된 것 같습니다. 자연의 신비한 부분을 경험하게 되는, 아주 유익하고도 신기했던 곳이었습니다.

이이삭(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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