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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달엔 없죠, 둥근 하트형 잎의 노란 솜사탕 나무

중앙일보

입력

어느새 날씨가 쌀쌀해지고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거죠. 자연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분주합니다. 동물들도 겨울 준비를 하고, 식물들도 겨울 준비를 합니다. 식물은 잎을 떨어뜨리면서 휴식기에 들어가요. 잎은 추운 계절에 달고 있기에는 부담이 되거든요. 자칫하면 얼어버리고, 춥고 건조한 날씨에 수분을 흡수하기도 쉽지 않으니 광합성을 통해 증산작용을 하며 물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나무들에게 겨울은 힘든 계절입니다. 그래서 잎을 아예 떨어뜨리죠.  잎을 떨어뜨리기 전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가는 단풍의 시기를 거치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단풍이 아름답게 드는 나무 중에 특히 노랗게 물드는 계수나무를 다뤄보려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4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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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란 이름,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어릴 적 배운 ‘반달’이라는 동요 가사에 맞춰 손바닥 치기 놀이를 다들 많이 했었죠. 사실 이 노래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우리가 공원에서 만나곤 하는 계수나무는 아닙니다. 달에 사는 계수나무는 전설의 나무로, 특정하게 어떤 나무를 정해놓은 것 같지는 않아요.
계수나무란 이름은 여러 나무에서 보이면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데요. 먼저 올림픽 경기 우승자의 머리에 씌워주는 월계관의 재료가 되는 월계수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달 월(月)자에 계수나무 계(桂)자가 들어가 달에 산다는 계수나무로 오해받기도 하죠. 월계수의 영어 이름은 로럴(laurel)인데 이것을 왜 월계수로 번역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를 좀 더 헷갈리게 하는 게 또 있는데요. 바로 수정과를 만들 때 넣는 계피입니다. 계피를 이름 그대로 계수나무의 껍질(피·皮)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 나무 역시 계수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계피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육계(肉桂) 또는 그와 가까운 근연종 나무의 껍질을 활용해요. 서양에서는 ‘중국 시나몬’이라고 부르죠.
흔히 우리가 ‘시나몬’이라고 하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모두 ‘녹나무’과로 독특한 향이 있죠. 계피뿐 아니라 앞서 말한 월계수도 녹나무과예요. 녹나무과는 우리나라에도 녹나무를 비롯해 생강나무·비목 등이 살고 있죠. 이 나무들의 가지를 꺾거나 잎을 손으로 비벼보면 알싸한 향이 납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물질이겠지요.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계수나무들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공원에서 만나게 되는 계수나무는 일본에서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けい‐じゅ(桂樹)’라 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나무를 덧붙여서 계수나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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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는 암수딴그루인 것도 특이하고, 꽃의 모양이 수수해서 눈에 잘 안 띄는 풍매화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잎의 모양은 원형에 가까운 하트를 닮았는데, 마치 사람이 일부러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놓은 듯 가지런히 달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특히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아름다운데 그 주변에 가면 달콤한 향이 납니다. 이런 이유로 서양 사람들은 ‘캐러멜나무(caramel tree)’라고도 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수나무 향기를 두고 솜사탕이나 달고나를 연상하곤 하는데요. 이 단내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나뭇잎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광합성을 멈추고 떨켜(잎·꽃·과일이 줄기에서 떨어질 때 그 자리에 형성되는 특별한 세포층)가 잎과 가지 사이의 물과 양분이 지나는 길을 차단합니다. 이때 잎들은 아직 죽지 않아서 약간의 광합성을 하고, 일부 당이 형성되는데 그것이 나뭇잎의 색깔을 결정짓죠. 계수나무는 잎의 색깔만이 아니라 잎 안에 있던 맥아당(엿당) 성분이 발현되어 향기도 함께 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노란 이파리로 눈을 즐겁게 해주고, 달콤한 향으로 코까지도 즐겁게 해주는 계수나무. 깊어가는 가을, 주변에서 형형색색 변해가는 잎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는 사람일까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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