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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 넘겼는데…회장도 대표도 돌연 해임, bhc서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경쟁 업체인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경쟁 업체인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4776억(2020년)→6164억(2021년)→1조110억원(2022년). 외식 기업 bhc의 최근 매출 실적이다.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삼성에버랜드 영업‧마케팅 담당 임원 등을 지낸 박현종(60) 전 회장은 2013년부터 bhc를 이끌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는 실적을 냈지만 지난 6일 대표로 있던 bhc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로부터 해임됐다. 역시 삼성전자 출신으로 박 전 대표가 2017년 bhc로 영입한 임금옥 bhc 사장도 이틀 뒤인 지난 8일 해임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bhc는 박 전 회장 해임 뒤에도 싱가포르에 두 번째 매장을 낸 소식을 외부에 알리고, 아동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bhc가 운영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연말 시즌 콘셉트인 새로운 방송 광고도 공개했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bhc는 가맹점 수로 국내 1·2위를 다투던 프랜차이즈 업체”라며 “외식 업계는 경영진이 바뀌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hc의 가맹점 수는 1770개로 1위인 BBQ(2002개)에 이어 2위다. 다음으로 교촌치킨(1337개)과 처갓집양념치킨(1241개) 순이었다.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교촌치킨(7억5372만원)이 1위, bhc는 6억3253만원으로 3위였다. 업계에 따르면 bhc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는 전략으로 외형을 불려왔다. 내실(가맹점 매출)보다는 외형 성장(점포 수)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박현종 bhc그룹 전 회장과 임금옥 전 대표(가운데)가 참석한 가운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슈퍼두퍼 개점 축하행사가 열렸다. 사진 bhc그룹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박현종 bhc그룹 전 회장과 임금옥 전 대표(가운데)가 참석한 가운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슈퍼두퍼 개점 축하행사가 열렸다. 사진 bhc그룹

박 전 회장은 해임 뒤인 지난 14일 경쟁사인 BBQ의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해임 관련 질문을 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이번 해임과 관련해 박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하자 지주사 쪽에서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박 전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BBQ 내부 정보와 관련한 기록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해임에 대해 GGS 이사회 측은 자료를 통해 “악화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맞서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 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bhc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싱가포르 2호점 개점 소식을 알리면서 “내년 초 싱가포르 최고 중심지인 오차드 지구에 세 번째 매장을 내겠다”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2005년 3월 설립된 토종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PEF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4월 한국의 50대 자산가 중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자산을 약 13조원으로 평가하면서 1위로 발표했다.

bhc가 싱가포르에 낸 2호점 매장. 앞으로 3호점도 열 예정이다. 사진 bhc

bhc가 싱가포르에 낸 2호점 매장. 앞으로 3호점도 열 예정이다. 사진 bhc

bhc 경영진과 MBK파트너스 사이에 쌓였던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bhc의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 GGS의 지분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약 45%씩 보유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분율은 8.8%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박 전 대표가 로하튼그룹으로부터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을 45%까지 확보했다. 이번에 선임된 차영수 GGS 신임 대표이사는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다.

GGS는 이번 인사 발표에서 ‘해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후임 대표를 ‘선임’한다는 정도로 외부에 인사를 알리면 자연스럽게 누군가 해임됐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번엔 대놓고 해임이라는 단어를 써 내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bhc는 이와 관련해 “지주사 쪽에서 결정한 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bhc가 최근 개장한 싱가포르 현지 2호점. 앞으로 3호점도 열 예정이다. 사진 bhc

bhc가 최근 개장한 싱가포르 현지 2호점. 앞으로 3호점도 열 예정이다. 사진 b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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