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원식 "北 위성 발사 임박"…9·19합의 '맞춤형 효력정지'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이 지난 5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지난 10월로 공언했던 3차 발사 시점을 미루면서까지 신중을 거듭한 만큼 이번엔 위성 발사에 성공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19일 북한의 3차 위성 발사가 이르면 1주일 이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한미 북한 동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뉴스1

신원식 국방장관은 19일 북한의 3차 위성 발사가 이르면 1주일 이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한미 북한 동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뉴스1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의 위성 발사 동향과 관련 “(앞으로) 일주일을 전후로 쏠 수 있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엔진의 문제점을 거의 다 해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이후 최소 컨테이너 2000개 분량의 북한발(發) 무기를 공급받은 러시아가 그 대가로 위성 발사와 관련한 대북 ‘원 포인트 기술 전수’에 나섰단 얘기다.

北 도발시 ‘맞춤형’ 효력정지 

정부는 북한이 3차 위성 발사에 나설 경우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2018년 체결된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부분적으로 정지시킬 방침이다. 지난 5년간 북한이 최소 17차례에 걸쳐 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을 이어온 만큼 현 상황에선 ‘합의 준수’보다 ‘대비태세 강화’가 중요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합의를 전면 파기하는 대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정찰·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군 당국이 맞대응하는 데 제약을 가하는 합의 요소만을 부분적으로 효력 정지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합의 정신을 무시한 채 지속적인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만 합의 내용을 신줏단지 모시듯 성역화한다면, 합의는 평화 유지 수단이 아닌 군의 대비 태세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위성 발사 땐 동·서해 공중 정찰을 정상화하는 등 북한의 도발 양상에 따라 ‘맞춤형 효력정지’를 함으로써 군사합의를 둘러싼 남북 간 비대칭적 구조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찰 감시 능력에 스스로 족쇄 채워”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9.19 군사합의에 서명하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전 북한 인민무력상. 연합뉴스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9.19 군사합의에 서명하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전 북한 인민무력상. 연합뉴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 정상이 도출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20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비무장지대(DMZ) 남북 10~40㎞ 비행 금지 ▶DMZ 감시초소(GP) 시범철수 ▶북방한계선(NLL) 일대 완충구역 설정 ▶군사분계선 5㎞ 이내 포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중단 등이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연합뉴스

다만 하지만 북한은 2020년 남측 GP 총격과 지난해 12월 무인기 침투 등 합의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무력 도발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전임 문재인 정부에선 9·19 군사합의가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한다는 점만을 강조하며 합의 준수 원칙을 이어왔다. 이와 관련 신원식 장관은 이날 “연평도나 천안함 도발과 같은 특정 형태의 도발이 없었던 것이지, 도발 횟수가 줄었다는 것은 계산상의 오류”라며 “(9·19 군사합의로) 우리는 정찰 감시 능력에 스스로 족쇄를 찼다. 우리는 눈을 가리고 있는데 북한은 눈을 맑게 하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NSC→국무회의→北 통보’ 절차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이자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 당국 간 합의다. 합의 자체가 국회 비준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효력을 정지하는 것 역시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이후 북한에 통보하면 관련 절차가 끝난다. 다만 정부는 절차적 필요성과 별개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북한의 위성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최종적인 조율을 거친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악수를 나누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지난 13일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악수를 나누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선 이미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는 상황을 전제로 시나리오별 후속 조치를 검토해 왔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13일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계기로 미국 측에도 상세히 공유됐고, 한·미 국방장관 간에도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로이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의견을 나누었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나갈 건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