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장관 ‘디지털 정부’ 홍보 외유 중 행정망 먹통 망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행정안전부가 지난 12일 배포한 이상민 장관의 해외 출장 보도자료. 그러나 행정 전산만 장애 사태로 이 장관은 중도 귀국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2일 배포한 이상민 장관의 해외 출장 보도자료. 그러나 행정 전산만 장애 사태로 이 장관은 중도 귀국했다.

교육·복지 이어 행정전산망도 장애, 시민 큰 불편

반복된 사태 대비 않다 사태 초반 원인조차 몰라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장애로 정부의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된 사태는 ‘IT 강국’을 자임해 온 우리의 자부심에 큰 손상을 주었다. 지자체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한 기본적인 민원서류조차 발급이 중단됐다. 행정안전부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전국에서 혼란이 지속됐다.

행안부는 이번 장애의 원인이 새올 인증 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라고 밝혔다. 해당 장비를 교체하고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시스템이 정상 복구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긴급 복구를 마쳤다고 하나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의 전산 시스템 장애로 국민이 곤욕을 치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디지털 정부가 긴요해진 코로나19 사태 때부터 정부 시스템 고장은 연례행사가 됐다. 2021년 7월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에 접속이 안 되면서 시민들이 발을 굴렀다. 정부는 “접속자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복구 이후에도 장애가 반복됐다. 그해 12월엔 식당·카페를 이용할 때 제출하도록 한 방역 패스에 에러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때도 “접속량 폭증” 탓을 했다. 지난해 10월엔 차세대 복지 시스템이 말썽을 부렸고 지난 6월엔 2800억원을 들여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나이스(NEIS)’에서 오류가 발생해 학교 행정이 엉망이 됐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변명에 급급하더니 급기야 지자체 공무원이 시스템에 접속을 못 하고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 24’도 정상 가동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정부 발표대로 네트워크 장비 이상 때문이라 하더라도 장애 발생 직후 원인조차 신속히 파악하지 못했던 점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안이한 대비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사고 발생 당시 주무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디지털 정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외출장 중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민망한 대목이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 출국하면서 “대한민국은 디지털 정부 선도국가”라며 “지난 9월 발표한 대한민국의 디지털 권리장전이 세계의 디지털 정부 표준규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포르투갈 리스본 등에서 일정 도중 급거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정상 복구했다고 발표했지만, 오늘 민원이 몰리면서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과거처럼 장애가 재발할 우려에도 대비해야 한다. 반복된 먹통 사태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에러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책임 소재도 철저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국민이 한곳에서 쉽고,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이 장관의 행안부 홈페이지 약속이 우스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