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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발된 한·중 정상회담…양국 대화채널 점검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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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 주석, APEC 기간 미·일과는 별도의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로 관계 정상화 추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다자외교 무대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그제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2박3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PEC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와 공급망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속 한국의 역할 확대와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한·미·일 정상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석 달 만에 별도로 만나 결속을 다졌다.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APEC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과,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올해 7번째 한·일 정상회담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사흘 내내 만나면서 한·일 관계 복원의 속도 또한 과시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막판까지 공을 들였던 한·중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장에서 약 3분 동안 덕담을 나눴지만 별도의 대화 시간은 갖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해라는 잣대에서 상대를 대하기 마련이다. 시 주석이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 고위 지도자 이벤트’에 참석해 기업인들과도 만났으니 시간 부족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한·미·일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는 한국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번에 윤 대통령만 빼고 바이든 대통령, 특히 기시다 총리와는 만났다는 점에서 이런 이유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뒷배’이기도 하다. 한국에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번 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소원한 관계를 계속 지속할 수도 없는 존재다. 중국 역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과 마냥 거리를 둘 수도 없을 것이다

마침 오는 26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개최를 최종 조율 중이다.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논의하는 자리다. 정부는 지난주 한·중 정상회담의 불발 요인을 재점검하고 향후 중국 지도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이뤄질 분위기 조성에 매진하기 바란다. 시 주석의 별도 방한이 어렵다면 한·중·일 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정상외교는 물론이고 양국의 경제협력과 북한 비핵화, 탈북자 송환 등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외교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기업 등 다양한 민간대화의 채널을 확보하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