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111조짜리 ‘오픈AI’에서 창업자가 쫓겨났다...안전 vs 수익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 세계를 ‘챗GPT 쇼크’에 빠트린 오픈AI가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갑자기 해임했다. 이사회의 결정이다. AI 수익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던 올트먼과 이를 우려하는 내부 세력 간 갈등이 ‘CEO 축출’ 사건으로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가치 860억달러(약 11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오픈AI의 혼선이 AI 기술 업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여한 샘 올트먼 당시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여한 샘 올트먼 당시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무슨일이야

오픈AI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블로그를 통해 “(올트먼의) 의사소통이 일관되고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의 책임 수행 능력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트먼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다. CNBC에 따르면,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불법 행위나 재무, 비즈니스, 보안,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해임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록만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를 맡았다. 무라티는 2018년 오픈AI에 입사해 챗GPT와 이미지 생성 AI 달리 개발을 주도했다.

오픈AI 임시 CEO로 선임된 미라 무라티. AP=연합뉴스

오픈AI 임시 CEO로 선임된 미라 무라티. AP=연합뉴스

AI 거물에 대한 해임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당사자인 올트먼은 “살아있는 상태로 내 추도사를 읽고 있는 듯한 경험”이라 X(옛 트위터)에 썼다. 그는 지난 6일 오픈AI의 개발자 콘퍼런스를 비롯해, 해임 하루 전인 16일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도 참석하며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올트먼과 가까운 그렉 브록만 전 이사회 의장도 당혹해하며 “샘과 나는 이사회가 한 일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슬펐다”고 밝혔다.

왜 쫓겨났나 

AI 안전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올트먼 해임을 밀어 붙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블룸버그는 “일리야 수츠케버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올트먼이 생성 AI 개발 속도, 상업화, AI로 인한 피해 등의 문제에 있어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수츠케버는 오픈AI 수석과학자이자 공동창업자로 AI의 안전을 중시한다. 반면, 올트먼은 ‘AI판 아이폰’ 등 하드웨어 기기를 구상하며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나섰고, 이달 말 AI 챗봇 거래장터인 ‘GPT 스토어’ 출시를 예고하며 수익화에도 적극적이었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 직원들이 “쿠데타 아니냐”고 묻자, 수츠케버는 “그 단어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게 봐도 된다”며 “비영리 단체로서 (오픈AI의) 사명인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는 의무를 다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

비영리법인인 오픈AI(오픈AI Inc)는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 자회사를 통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우선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오픈AI Inc는 자회사인 비영리법인 지주회사를 통해 영리법인 손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소유하고 통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달러 투자를 유치한 건 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이다. 이사회는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유익한 AGI를 만든다’는 목표에 따라 오픈AI 글로벌의 수익을 제한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트먼과 브록만을 해임한 이사회의 구성원은 AI 안전을 우선시하는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이사회에 자리가 없는 MS는 올트먼의 해임에 의견을 피력할 수도, 소식을 미리 알 수도 없었다. 그렉 브록만이 X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올트먼은 구글 화상회의로 소집된 이사회에 하루 전날 참석을 요청 받았고, 참석 직후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급변하는 AI 장기판

AI 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오픈AI는 공동창업자인 브록먼도 사의를 표명하고, 선임 연구원 3명도 떠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MS를 비롯한 오픈AI 투자자들은 올트먼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이 조건을 걸고 복귀할 경우 이사회 중심 축이 올트먼에 유리한 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MS에도 불똥이 튀었다. 올트먼이 해임된 17일 MS 주가는 약 1.7% 하락했다. MS는 사티아 나델라 CEO의 명의로 “(오픈AI에 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미라 (CEO) 팀에 대해 계속 헌신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블룸버그는 “나델라(MS CEO)가 올트먼 퇴출 소식으로 화가 났다”고 했다. 오픈AI-MS 연합군이 이대로 계속 휘청인다면 AI 경쟁 상황도 바뀔 수 있다. 특히 오픈AI와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올트먼이 오픈AI과 인연을 끊고 그렉 브록만 등과 다시 창업할 가능성도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올트먼이 새로운 AI 벤처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들은 이미 올트먼의 새 창업에 투자할 의지를 비치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의 알프레드 린 파트너는 자신의 X 계정에 “샘 알트먼과 그렉 브록만이 이끌 ‘세상을 바꿀 기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창업자가 오픈AI의 새로운 적수가 될 수도 있는 셈.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 겸 공동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 겸 공동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더 알면 좋은 것

창업자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내쫓기는 일은 실리콘밸리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85년 판매 전략을 두고 당시 CEO와 이견을 빚자 이사회로부터 해임됐지만, 1997년 복귀했다.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도 2008년 불성실한 근태에 해고됐다가 2015년에 복귀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 부실 경영, IPO(기업공개) 준비 당시 허위 보고 등을 이유로 이사회의 압박을 받던 그는 2019년 9월 자진 사퇴하며 창업한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