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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바나나도 끊겼다"…경제난 아르헨, '페론주의자 대 전기톱 후보' 결선 투표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의 전지하는 자유 연합 대선 후보인 우파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왼쪽)와 현 집권 페로니즘 정부의 대선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 경제부 장관.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전지하는 자유 연합 대선 후보인 우파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왼쪽)와 현 집권 페로니즘 정부의 대선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 경제부 장관. AP=연합뉴스

‘좌파 포퓰리스트 페론주의의 수성(守城)이냐, 극우 포퓰리스트의 집권이냐.’
19일(현지시간) 치러질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의 의미를 요약하면 이렇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 어느 때보다 박빙인 이번 선거 결과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선거에선 현 페론주의 정부의 후계자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51) 경제부 장관과 ‘정치 이단아’ 하비에르 밀레이(53) 전진하는 자유 후보가 맞붙게 된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마사 36.7%, 밀레이 30%로 각각 1·2위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초박빙으로 나왔다. 컨설팅 업체 주반 코르도바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마사가 49.6%, 밀레이가 48.9%를 얻었지만, 또 다른 업체 아틀라스 인텔의 조사에선 밀레이 48.6%, 마사 44.6%로 집계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사 장관은 선거 기간 정부 보조금 확대 등 현금 살포 정책을 앞세우면서 극단적 밀레이와 다른 안정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화폐인 페소를 유지하고, 노동 시장 보호를 강화하는 등 전통적인 페론주의 정책 기조에 방점을 뒀다.

아르헨티나의 우파 연합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가 지난 9월 선거 유세에서 전기톱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우파 연합 대통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가 지난 9월 선거 유세에서 전기톱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밀레이는 “중앙은행 폭파”를 언급하며 ‘페소 폐기-달러 도입’ 공약을 내세웠다. 다수 시민이 공식 환율보다 4~5배 높은 암시장 달러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다. 그는 이외에도 총기 자유화, 장기 매매 합법화, 낙태권 폐지 등 극단적인 우파 정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가 ‘좌파 포퓰리즘’ 대 ‘우파 포퓰리즘’의 대결이란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누가 됐든 관건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냐다. 아르헨티나는 130~150%에 이르는 고물가와 현지 화폐인 페소 가치 폭락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 40%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는 17일 “경제적 혼란과 막대한 부채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국민 과일’ 바나나조차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최대 바나나 수입국 볼리비아·파라과이 상공회의소 측은 이달 초 “아르헨티나가 과일 대금 2200만 달러를 갚을 때까지 바나나·파인애플 수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차기 정부는 내수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40억 달러 차관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페론주의 정부가 집권했던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8번의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고, 현재 IMF에서 차관을 끌어와 IMF 빚을 막는 ‘돌려막기’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제부 장관 겸 대선 후보 세르히오 마사가 부인과 함께 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제부 장관 겸 대선 후보 세르히오 마사가 부인과 함께 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라시엘라 롤단(40)은 로이터통신에 “마사 장관이 중산층의 옹호자로 자리매김하면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는 페론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권리를 위협하는 사악한 존재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플로리스트 파블로 리베라(55)는 “안타깝게도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밀레이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정치 분석가 아나 이파기레는 AFP 통신에 “유권자들은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내일 대선보다 다음 주 브라질과 치를 월드컵 예선 경기가 더 기대된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마사·밀레이는 약점도 분명하다. 윌슨 센터의 남미 정책 책임자 벤저민 게단은 “아르헨티나 경제는 붕괴 직전에 있기 때문에, (온건한 지도자라는) 마사의 매력은 초고물가 현상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밀레이에겐 극단적 이미지가 걸림돌이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영웅’ 축구선수 고(故) 마라도나의 큰 딸 달마는 “모두 화가 나고 지쳤겠지만, 우리가 엄청난 노력으로 얻은 낙태 허용, 동성 결혼 허용 등을 되돌리려는 밀레이는 안된다”는 호소문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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