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에서 전시 이벤트를 열고 있다. 특히 190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반클리프 아펠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하이 주얼리 수백 점을 가지고 서울을 찾았다. 이달 18일 시작해 내년 4월 14일까지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 전시다. 201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이다.
니콜라 보스 반클리프 아펠 회장 인터뷰 #내년 4월까지 성수동 ‘디뮤지엄’서 선봬
반클리프 아펠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작한 300개 이상의 하이 주얼리와 시계, 오브제 등을 공수해 왔다.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티아라(왕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업계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국내에서만 독점 공개하는 특별한 작품도 9개를 포함해서다. 지난 14일 서울에 온 니콜라 보스 반클리프 아펠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만나 서울에서 이런 대형 전시를 개최하는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형 전시회의 기획 의도는.
“전통 있는 브랜드로서 상업적인 활동을 넘어선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인 구매 고객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진 하이 주얼리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과 기대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역사와 함께한 작품들은 흥미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주얼리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많은 사람이 작품을 즐기기 바란다.”
-다른 이벤트 대신 전시를 선택한 이유는.
“하이 주얼리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나타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놀라움을 보여줄 수 있는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서다. 주얼리도 미술관·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의 한 형태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정체성과 구체적인 역사를 보고 느끼길 바란다.”
-한 점에 수억원이 넘는 하이 주얼리를 공공장소에 전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우리 같은 회사가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재정적 여력이 충분한 브랜드만이 가능한 프로젝트다. 또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또 브랜드 전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그동안 한국 명품 주얼리 시장은 관광객을 위한 면세 사업이 주도했다. 지금은 내수 시장, 즉 한국인 고객이 더 강력하고 훨씬 더 중요해졌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양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반클리프 아펠 스타일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는 걸 느낀다. 여기엔 전시회나 콘텐트, 매체와 디지털을 통한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다른 독특하고 특별한 문화로 점점 인식되고 있다. 지금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아방가르드에 대한 대규모 전시가 그 증거다.”
반클리프 아펠이 속한 리치몬트그룹의 올해 3~9월 매출은 102억 유로(약 14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의 신장세를 보였다.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까르띠에·피아제 등 주얼리 부문 매출이 같은 기간 10%가량 늘면서 주목받았다. 중국·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세가 높다.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전시를 봤다고 바로 매장에 가서 제품을 살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우리는 이런 프로젝트가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발견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 전시를 통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많은 한국 사람이 전시에 와서 오랜 시간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업 방향성은.
“늘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은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다. 다른 유형의 제품이나 품질, 활동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같은 모습이지만, 가시성을 높여 소비자에게 더 잘 보일 수 있게, 더 잘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한국에서도 몇 년 동안 꾸준하게 가시성을 늘려갔다. 최근 매장 네트워크를 확고하게 구축했고, 팀도 매우 강력해졌다. 그래서 이벤트와 전시회를 기획하고 더 많은 로컬 아티스트와 연결할 기회와 자원이 점점 늘어난다. 특히 서울 메종은 한국의 장인정신과 문화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