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하이엔드] 도자기 대신 가죽 백에 새긴 동화적 상상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컬렉션마다 공예에 대한 남다른 접근 보여주는 로에베가 연말을 맞아 다시 한번 공예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 교토에 기반을 둔 세라믹 스튜디오 ‘수나후지타’와의 협업을 통해 2023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 것. 달력의 끝자락에서 평소와 다른 분주함을 느끼는지금, 로에베가 전하는 느릿한 유토피아적 세계에 잠시 시선을 맡겨보자.

소년과 나무, 판다 등이 표현된 로에베의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소년과 나무, 판다 등이 표현된 로에베의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도예가 듀오의 작품 새겨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가 연말을 맞아 ‘홀리데이 컬렉션’을 발표했다. 올해 컬렉션은 도예가 그룹 ‘수나 후지타(SunaFujita)’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자연과 동물에서 영감을 받은 상상력,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그려나간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니트와 데님, 가죽에 펼쳐졌다.

'수나 후지타’의 야마노 치사토(왼쪽)와 후지타 쇼헤이. [사진 로에베]

'수나 후지타’의 야마노 치사토(왼쪽)와 후지타 쇼헤이. [사진 로에베]

수나 후지타의 창립자 후지타 쇼헤이(藤田匠平·55)와 야마노 치사토(山野千里·46)는 지난 2005년부터 듀오 활동을 시작했다. 후지타 쇼헤이는 유리 같은 느낌의 섬세한 석과(石菓·돌로 만든 과일)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다. 점토로 형태를 만든 후 유약을 반복적으로 바르고 불에 구운 뒤 표면을 깎아 내는 방식으로 특유의 질감을 만든다. 함께 활동하는 야마노 치사토는 동물과 식물을 주요 모티브로 해 도자기에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주로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환상적 세계를 그려 넣은 수나 후지타의 도자기들. [사진 로에베]

주로 자연과 동물을 모티프로 한 환상적 세계를 그려 넣은 수나 후지타의 도자기들. [사진 로에베]

동물과 식물, 꽃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지난 10일 로에베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수나 후지타의 세계관이 잘 표현돼 있다. 시원한 초록빛 들판을 배경으로 두 작가의 평화로운 작업 풍경이 펼쳐진다. 이들의 도자기에는 풀과 나무, 펭귄과 함께 수영하는 어린아이, 물고기와 식물 등이 새겨진다.

물개 장식물이 달린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물개 장식물이 달린 해먹 콤팩트 백. [사진 로에베]

야마노 치사토는 “일상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주로 그린다”며 “다만 그 속에 재미있는 장면을 숨겨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숨겨진 장면들을 발견하고 웃어주기를 바란다면서다. 후지타 쇼헤이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부정적인 소식을 마주하지만, 우리가 그리는 세상이 사람들에게 탈출구가되고 유토피아에 가까운 어딘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로에베 2023 홀리데이 컬렉션 출시 #도자기 스튜디오 ‘수나 후지타’ 협업 #자연·동물서 영감, 동심의 세계 그려

동물 인형 참부터 이야기 새긴 가죽 백까지

작가들의 바람대로 로에베 홀리데이 컬렉션은 분주한 일상 속 잠시나마 여유로운 동화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수나 후지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환상 세계를 니트웨어, 저지 및 데님, 시그니처 백, 슬리퍼, 지갑 및 액세서리 등에 새겨 넣었다. 자연과 동물의 세계, 아들과 반려견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얽힌 사랑스러운 장면들이다.

특히 로에베의 상징적인 가방인 해먹 백에는 어린 소년이 나무 위에 앉아 새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구현됐다. 판다 한 마리가 나무를 오르고, 또 다른한 마리는 바닥에 앉아있는 평화로운정격이 인타르시아 기법(단순 편직물에 다른 색상의 원사를 혼합해 편직)으로 표현됐다. 주로 동물을 활용해 동화적 뉘앙스를 풍기는 액세서리들도 눈길을 끈다. 맨드레이크(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 뿌리와 수달은 푹신하고 귀여운 인형 참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여우원숭이의 꼬리는 해먹백의 핸들로 디자인됐다.

여우원숭이 장식물이 달린 Lemur 퍼즐 폴드 토트백. [사진 로에베]

여우원숭이 장식물이 달린 Lemur 퍼즐 폴드 토트백. [사진 로에베]

섬세하게 아로새긴 장인정신

로에베는 손으로 만드는 예술, 공예에 대한 헌사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브랜드다. 지난 2016년부터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매년 개최, 새로운 공예 작가를 발굴해왔다. 현대 공예의 탁월함, 예술성과 독창성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이는 로에베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수나 후지타와의 협업 작업 역시 손으로 섬세한 작품을 빚어내는 도예가와의 협업으로 장인정신에 대한 특별한 찬사를 담는다. 장난기 가득한 동식물과 어린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선보이는 가운데, 섬세한 가죽 세공법이나 복잡한 핸드 페인팅 기술을 녹여냈다.

이번 컬렉션은 시각적 즐거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나 후지타 협업 컬렉션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된다. 로에베는 수나 후지타 협업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서 16일부터 스페셜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홀리데이 컬렉션은 같은 날 로에베 공식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출시된다.

더 하이엔드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