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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둔화 이어 美 고용시장도 냉각 조짐...수요 우려에 유가 급락

중앙일보

입력

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커리어페어에 구직자들이 참석해 있다. AFP=연합뉴스

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커리어페어에 구직자들이 참석해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인 데 이어 고용시장에서도 냉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크게 늘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뜨거운 고용시장이 소비를 이끌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끈질겨진다고 진단해왔는데, 고용시장이 냉각되면 이 같은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셈이다.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확신을 더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이달 2주차(5~11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23만1000건이라고 밝혔다. 직전 주(21만8000건) 수치와 시장 예상치(22만건)를 모두 웃돌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86만5000건으로 직전 주 대비 3만2000건 늘었다. 예상치(184만7000건)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을 뿐 아니라 최근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지표 등이 예상과 달리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 징후까지 더해지자 시장은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다가서면서도 고용과 성장세가 양호하다면 경기 연착륙 기대가 현실화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실업급여 청구 증가세는 고용 감소보다 노동력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라 나쁜 징조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경기침체에 접어들 때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0만 건 수준, 실업률은 5% 정도다. 지난달 미 실업률은 3.9%를 나타냈다.

소비 둔화 신호도 나왔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고음을 낸 것이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10월 하순부터 식료품 및 생필품 영역에서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며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미 대형 소매업체 타깃의 크리스티나 헤닝턴 최고성장책임자(CGO)도 "소비자들이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등 새로운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둔화 지표에 국제유가부터 반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3.76달러(4.9%) 급락한 배럴당 72.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하루 변동 폭으로는 지난 10월 4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원유 재고가 증가한 데다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6% 감소하는 등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은 “경기 둔화 신호는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시각을 강화한다”면서 “향후 정책 당국의 초점이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경기침체 회피‧경제성장 촉진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지만, 높은 금리 수준을 얼마나 더 오래 가져갈지가 쟁점이 될 것이란 의미다. 제레미 슈워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로 인해 기업과 가계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도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한 적정 금리 수준을 탐색해야 하는데, Fed 인사들은 현재 경기 연착륙과 경착륙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리사 쿡 Fed 이사는 “물가 상승세 둔화가 지속하고 노동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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