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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뛰어 값 올렸다더니…식품회사 75%는 매출원가율 하락

중앙일보

입력

15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식품 기업들이 줄줄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가격 인상에 기반해 과도한 이익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많은 기업의 매출원가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원가 부담이 줄어든 기간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17일 중앙일보가 지난해 매출 상위 식품 기업 중 소비재 중심인 20개 기업의 2021~2023년 1~3분기 매출원가율을 조사했더니 15곳(75%)은 지난해보다 매출원가율이 하락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원재료비, 인건비, 제조 경비 등이 포함된다. 이 수치가 낮으면 수익성이 상승한 것으로 본다.

지난 1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밀·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인데 기업들이 소비자가에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매출원가율을 근거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3분기 20개 기업의 매출원가율은 50~80%대로 하이트진로(56%)가 가장 낮았으며 사조대림(85.5%)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와 올해 매출원가율은 기업별로 0.2%에서 6.2%까지 차이났다. 1년 만에 매출원가 부담이 가장 크게 줄어든 기업은 삼양식품(6.2%포인트), 교촌에프앤비(5.7%포인트), 빙그레(4.6%포인트), 남양유업(4.3%포인트), 동서(3.3%포인트), 농심(3.3%포인트) 순이다. 하이트진로·동원F&B·사조대림·오리온·풀무원·하림은 1%포인트 미만, 대상은 1.1%포인트, 오뚜기·해태제과식품은 2%
포인트대였다.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하이트 진로의 맥주 테라와 켈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하이트 진로의 맥주 테라와 켈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하이트진로·빙그레·삼양식품은 3년 연속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73.9%에서 올해 66.7%로 낮아졌다. 다만 2021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대부분 기업의 매출원가율이 상승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가, 물류비 등의 인상으로 제조 원가가 늘어난 영향이다.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 등은 매출원가율 ↑

오뚜기·농심·남양유업·해태제과식품·동서·교촌에프앤비는 올해 다시 매출원가율이 떨어졌는데 2021년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제조 원가 부담이 2년 전보다 줄었다는 뜻이다. 남양유업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83.9%에서 올해 79.9%로 4%포인트 낮아졌다. 대상·동원F&B·SPC삼립·오리온·풀무원·사조대림·하림은 지난해보다 매출원가율이 낮아졌지만 2021년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3년 연속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기업들도 있었다.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롯데칠성·매일유업으로 롯데웰푸드는 65.5→69.9→72.3%로 높아졌다.

일부 기업은 매출원가율이 떨어지는 동안 제품 가격을 올렸다. 빙그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메로나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 회사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12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9% 늘었다. 올해 각각 치킨, 컵커피, 닭가슴살 등의 가격을 올린 교촌에프앤비·동원F&B·하림 등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원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기업들 “원가에 재료비만 있지 않아”

하이트진로는 3년에 걸쳐 매출원가율이 하락했지만 지난해 2~3월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인상했다. 올 11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랐다. 삼양식품 역시 3년 연속 원가 부담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지난해 라면 가격을 올렸다. 올해는 정부 압박으로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췄지만 인기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제외했다. 풀무원·농심 등은 제품 용량이나 성분 함량을 줄여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의혹까지 일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6일 식품업체들의 슈링크플레이션이 꼼수라고 지적하며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단체 측은 “매출원가율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식품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격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꼭 원재료비가 줄어서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고 볼 수만은 없고, 매출원가 외에도 판관비 등이 비용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특정 제품 한두 개의 가격 인상으로 이익이 확 늘지는 않는다”며 “정부 요청과 물가 상황에 맞춰 최소한의 비율로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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