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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기 신도시법 연내 통과"에…미묘하게 바뀐 여야 입장, 왜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1기 신도시특별법을 연내 처리해달라”고 요구하자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던 여야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수도권 특혜론을 내세워 신중론을 펼치던 여당은 ‘당론 찬성’으로, 하루빨리 하자던 야당은 “구도심도 같이 챙기자”는 조건부 찬성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서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1기 신도시특별법)’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어제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하신 만큼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당 노후계획도시 주거환경개선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앞장 서서 연내 특별법을 통과시키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한 걸 거론한 것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노후도 20년 이상, 100만㎡ 이상 지역에 대해 재건축 사업 때 안전진단을 면제·완화해주고, 건폐율·용적률을 올려주는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야 모두 대선 공약으로 걸었고, 국민의힘 김은혜·송언석, 민주당 김병욱·홍정민 등 여야 의원 13명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이 법이 통과되면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중계·목동, 부산 해운대, 광주 상무 등 총 51개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 위원장이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 위원장이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간 국회 국토위 소위에선 적잖은 여당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법안이 수도권에 집중적인 특혜를 줘 지방 소외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소위원장인 여당 간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이렇게 함으로써 (수도권에) 또 다른 특혜가 가고, 굉장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지방 주민들이 많다”(5월 30일)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유경준 의원도 “처음 시작할 때 특혜를 부여한 1·2기 신도시에 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5월 30일)고 했고, 김희국 의원도 “양두구육(羊頭狗肉·실제와 달리 겉만 그럴싸하다는 의미)법”(9월 13일)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 사이에서도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냥 프로파간다(propaganda·선동) 의미”(맹성규 의원·9월 13일) 같은 비판적인 의견이 일부 나왔다. 하지만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하루빨리 해주는 것이 우리 정치권과 행정부의 책임이고 역할”(5월 30일)이라고 발언하는 등 속도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1기 신도시가 지역구에 포함된 민주당 의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연합뉴스

여야 입장은 윤 대통령의 14일 발언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지방 소외를 지적했던 김정재 의원은 “국민의힘은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내 통과에 가속도가 붙기를 간절히 기대한다”(14일, 당 원내대책회의)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지방 구도심 재개발을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을 들고 나와 “1기 신도시특별법과 동시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도 적극 협조해달라”(15일·국토위원 기자회견)는 역제안을 했다.

이 같은 양당의 변화는 내년 총선에서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다만 국회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생색내기에만 몰두하다보면 날림 입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첫 시도”라며 “특별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얼마나 꼼꼼히 만드느냐에 따라 법안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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