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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국야구 ‘호주전 악몽’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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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호주와의 예선 1차전에서 3-2로 역전승했다. 연장 10회 말 노시환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노시환(가운데)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는 선수들. 오른쪽은 문동주.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호주와의 예선 1차전에서 3-2로 역전승했다. 연장 10회 말 노시환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노시환(가운데)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는 선수들. 오른쪽은 문동주. [연합뉴스]

한국의 ‘젊은’ 야구대표팀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 패배의 한을 풀었다.

한국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호주와의 예선 풀 리그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3-2로 이겼다. 4번 타자 노시환이 2-2로 맞선 10회 무사 1·2루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터트려 값진 승리를 안겼다.

APBC는 한국·일본·대만·호주 등 4개국 프로야구 유망주들이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 KBO·일본야구기구와 대만·호주야구연맹이 공동 주최한다. 우승 상금은 2000만엔(약 1억7216만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엔(약 4304만원)이다. 각국 국가대표급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제공하려고 만든 대회다.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호주전에서 7-8로 졌다. WBC 조기 탈락으로 이어진 뼈아픈 패배였다. 최정예 멤버가 출전한 대회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에 져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젊은 유망주들이 나선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냈다. 국제대회 첫 경기에서 호주를 만나면 패하는 불운의 징크스도 끊어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참 힘든 경기를 했다. 선발 문동주가 잘 던져줬고, 노시환이 값진 끝내기 결승타를 쳐서 기쁘다”며 “불펜투수 최지민·최승용과 마무리투수 정해영도 경기 후반 접전 상황과 승부치기를 잘 막아줬다. 여러 선수의 좋은 플레이 덕분에 승리했다”고 총평했다.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노시환은 “상대 투수 제구력이 좋아 초구부터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배트를) 돌리려고 준비했다.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 끝내기 안타가 됐다”며 “국제대회에 나오면 정말 쉬운 상대가 없다는 걸 느낀다. 첫 경기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중요했는데,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선발투수 문동주는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진 5개를 잡았지만, 볼넷은 4개로 평소보다 많았다. 1회 초 선두 타자 리암 스펜스에게 내준 볼넷이 선취점으로 이어졌고, 6회 초 알렉스 홀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추가실점했다. 문동주는 “오랜만에 등판해서 그런지 경기 감각도 떨어지고 아주 힘들었다.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투아웃에서) 내려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그래도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못 이겼지만, 팀이 이겨서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젊은 야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3루수로 나선 김도영은 연장 승부치기 10회 초 바운드된 땅볼 타구에 얼굴을 맞고도 침착하게 2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엮어냈다. 우익수 윤동희는 두 차례 호수비로 투수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김도영은 “초반에 득점 기회를 많이 날려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8회 동점으로 이어지는 2루타도 치고, 수비도 잘 풀려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APBC 1차전(16일·도쿄돔)

APBC 1차전(16일·도쿄돔)

승리하긴 했지만, 남은 대회 기간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한국은 출전국 중 가장 약체로 꼽히는 호주를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진땀을 흘렸다. 3회 무사 1·2루, 5회 1사 1·2루, 7회 1사 1·2루 등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애를 먹었다. 노시환도 “경기 내내 타격이 잘 안 풀려서 선수들 모두 답답했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류 감독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수들이 (한 수 위의) 일본전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7시 일본과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왼손 이의리가 일본전 선발투수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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