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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대마초족 1분이면 안다" 美경찰·FBI가 재빨라진 까닭

중앙일보

입력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브룩헤이븐 경찰서에 한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주차장에서 남성 다섯 명이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는 신고다. 조지아주에선 대마초의 흡연·소지가 불법이다. 신고자가 위치와 인상착의를 설명하자 1분도 안 돼 경찰이 이들의 동태를 확인했다. 120m 상공에서 촬영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드론 덕분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드론 덕에 경찰은 현장에 닿기 전에 이미 신고 내용을 확인했고, 실시간 감시도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달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경찰 조직 4분의 1가량이 이처럼 AI 드론 등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국 최대 경찰조직인 뉴욕 경찰국(NYPD) 등이 AI 드론, 안면인식 AI와 각종 장비를 실리콘밸리 AI기업들로부터 구매하면서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부 업체는 아예 민간용 제품을 접고 수사기관을 위한 제품 개발·판매를 위해 조직을 재편하고, 관련 스타트업들은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등 경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혈안이 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미국 뉴욕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위에 뉴욕경찰국(NYPD) 드론이 주변을 맴돌며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위에 뉴욕경찰국(NYPD) 드론이 주변을 맴돌며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드론, 이제 그만"…실리콘밸리로 '물갈이'  

실리콘밸리와 미국 수사기관의 밀착은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9일 미국 하원 중국위원회는 중국산 드론의 미국 정부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함께 내놓은 '미국 안보 드론법(American Security Drone Act)'은 연방정부가 세금으로 중국산 드론을 사는 걸 금지하고, 외국산 드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법안에는 특정 회사가 적시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들은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중국의 DJI를 겨냥했다고 풀이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DJI는 세계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경찰은 특히 DJI의 'Matrice 300 rtk' 등을 주로 활용해왔다. 앞으론 실리콘밸리 업체들의 AI 드론으로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미 경찰 "AI, 수사 효율 높이고 불필요한 개입 막아"

미국 경찰이 구매한 최근 제품 대부분은 드론과 안면인식 AI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찰의 감시 능력을 높이고, 수사 효율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업체들은 법 집행기관의 수요에 맞는 기능을 탑재한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픈 AI 공동 창업자 샘 알트먼이 투자해 유명한 미국 드론업체 브링크(BRINC)의 AI 드론(Lemur2)은 앞쪽에 드릴이 장착돼 있다. 유사시 용의자 체포 등을 위해 창문 등을 부술 수 있다. 지난 8월 민간 판매를 접고 기관용 제품에 집중하는 스카이디오(Skydio)의 'X10' 드론은 65X HD 카메라로 약 200m 상공에서 차량 번호판 식별이 가능하다. 5km 떨어진 곳에서도 차량 동선 추적을 할 수 있고, 야간투시 카메라가 장착돼 우범지대 항시 순찰이 가능하다. 실시간 확보한 3D 매핑으로 유사시에는 용의자의 예상 도주로 등에 경찰관 등을 배치할 수도 있다.

사진 브링크(BRINC) 홈페이지 캡처

사진 브링크(BRINC) 홈페이지 캡처

사진 스카이디오(Skydio) 홈페이지 캡처

사진 스카이디오(Skydio) 홈페이지 캡처

AI 기술은 경찰관의 업무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도 쓰인다. 지난 10월 뉴욕 경찰국은 보디캠 분석업체 트룰레오와 계약을 맺었다. 보디캠 영상과 오디오를 토대로 경찰관이 시민과 나눈 대화를 AI로 분석해 경찰이 사건을 얼마나 잘 처리했는지,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사진 트룰레오 캡처

사진 트룰레오 캡처

"감시 만성화" 반발…억울한 옥살이 사례도

반면 법 집행기관의 AI 활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종 AI 기술을 활용한 수사기관의 '과잉 감시'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민간인 사찰의 우려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9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뉴욕 경찰 관계자는 "군중이 밀집하거나 파티 등이 열려 (소란스럽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여지없이 AI 드론을 이용해 상황을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시민자유연맹 등은 "선제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인종 프로파일링'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9월 안면 인식 기술 오류로 영문도 모른 채 도둑으로 몰려 6일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흑인 남성이 경찰을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엔 만삭의 30대 흑인 여성이 AI 안면 인식 기술 오류 탓에 누명을 쓰고 구금 당해 디트로이트 경찰과 시 당국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였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인력이 AI 감시장비를 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FBI에선 '클리어뷰AI'라는 안면인식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런데 지난 9월 공개된 미국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사용하는 요원 중 95%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GAO는 "FBI에 개인정보 보호, 시민권 보호를 위한 정책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영국 이노코미스트는 "실리콘밸리 기업가 정신을 잉태하게 한 게 히피 정신, 자유주의적 가치인데 수사·감시 기관과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부터 진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감시 자본주의'와 '감시의 만성화'"라고 지적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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