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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살인' 안인득 "참으라"던 경찰…法 "국가, 유족에 4억 배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지난 2019년 4월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지난 2019년 4월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가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방화살인범 안인득(46) 사건의 피해 유족에게 총 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박사랑 부장판사)는 15일 A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총 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안씨에 대해 진단·보호 신청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조항과 경찰 내부 업무지침 등을 토대로 “경찰은 정신질환이 있고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대상자에 대해 행정입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씨가 2019년 4월 방화·살해 범행을 일으키기 전 6개월여간 수차례 이웃을 상대로 물건을 던지는 등 이상행동을 해 112 신고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같은 해 3월에는 경찰이 안씨의 정신질환과 공격적 성향을 의심할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해 2∼3월 안씨의 이웃 주민은 경찰에게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안씨를 격리해달라”, “전과나 정신 병력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처리해도 벌금이 나와 보복할 수 있다. 웬만하면 참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했다. 또 안씨의 병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무 이상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했더라면 안인득에 대한 전문가 진단과 치료적 개입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고, 그에 따라 정신질환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개월의 치료를 거쳐 퇴원할 무렵에는 위험성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치명적 결과를 불러오는 범죄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국가 소속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은 피해자들의 사망 및 B씨의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관의 주의의무 위반 경위, 위반행위, 결과 예견·방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 비율을 손해의 40%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2019년 경남 진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안씨의 범행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피해자 유족인 A씨 등은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해 참사로 이어졌다며 2021년 10월 국가에 약 5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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