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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리겠습니다"…野에 격식체 쓴 尹, 납품대금 직접 챙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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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어제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하신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야당을 단 한 번 언급했다. 그것도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날을 세우며 확대 추진 중인 검사 탄핵이 아닌 ‘1기 신도시 특별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거점 신도시 등 전국의 많은 국민께서 법 제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다”며 “이번이 아니면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아주 큽니다”라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야당에 대한 비판은 없는 ‘순한맛’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정쟁에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지난 정부에 대판 비판은 모두 들어내라”고 직접 지시한 이후, 윤 대통령의 입에서 문재인 정부와 야당에 대한 언급은 잦아들었다. 이달 초 시민들과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도 윤 대통령은 “통계를 대면 또 과거 정부를 비난하는 게 되기 때문에”라며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주요 국면마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에 대판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 9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한 국무회의 발언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매운맛’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민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모두발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현장(7번), 민생(6번), 목소리(5번) 순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쟁은 국회의 영역”이라며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민생 행보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전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준비하며 참모들에게 지난 10월 시행된 ‘대기업 납품연동제’의 적극적인 추진과 대기업의 납품대금 미지급 문제 개선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무위원에게도 “현재 374개 사가 참여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에 모든 원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경제단체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득해 주시시길 바란다”며 “고금리로 자금 예치 이익이 커짐에 따라 납품 대금 미지급이 늘어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으니 현장 감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는 윤석열 정부의 주력 법안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3 여성벤처 주간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3 여성벤처 주간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통상 한 달 전에 발표된 정책을 대통령이 다시 국무회의에서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주무 부처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전 부처 장관들에게 “공공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돌렸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납품대금 연동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또한 최근 고금리로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윤 대통령의 고심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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