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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스스로 핵포기 없다"…한·미 SCM으로 '불가역적 확장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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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서명식 직후 악수를 나누는 한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2

지난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서명식 직후 악수를 나누는 한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2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확장억제 태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 13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2023 맞춤형 억제전략(TDS)를 승인하면서다. 한·미는 개정된 TDS를 토대로 향후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한·미가 2013년 처음 만들어진 TDS를 10년 만에 개정한 건 ▶북한의 핵 무력 강화 의지 ▶힘에 의한 북핵 위협 대응 ▶한·미 동맹의 역할 확대 등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은 이번 SCM 개최를 위한 실무 논의 단계에서부터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확장억제를 비롯한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기댄 채 한·미 북핵 공조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인 것과 달리 확장억제 강화의 첫 단계인 정세 인식에서부터 ‘의기투합’이 이뤄진 셈이다.

"확장억제, 불변 원칙이어야"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앞으로도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할 것이란 한·미 양국의 공통 인식은 불가역적인 확장억제 방안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로 이어졌다. 향후 한·미 중 어느 한 쪽에라도 지금과는 다른 대북 접근법을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최소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만큼은 굳건해야 한다는 게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었다고 한다. 실제 2018년 연쇄적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자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대폭 축소되는 등 북핵 대응 태세에 지장을 초래했다.

외교 소식통은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철학이나 대북 접근법의 구체적 내용과 별개로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확장억제는 불변의 원칙이어야 한다는 데 한·미가 의견 일치를 봤다”며 “이번 SCM의 가장 큰 의미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확장억제가 제도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있다”고 말했다.

"北 비핵화 가정, 더는 유효하지 않아"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방북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아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방북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아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SCM에서 채택한 ‘동맹 국방비전’엔 확장억제를 불가역적 제도로 구축하기 위한 양국의 의지가 담겼다. 특히 이 문서는 “미국은 철통같은 확장억제 공약의 이행을 약속한다”고 강조하며 개정된 TDS에 대해 “억제에 대한 한·미 동맹의 상호 접근을 증진시키고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더욱 강력하고 유연한 전략적 기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미래 한·미 동맹 국방비전’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이후의 상황을 가정했고 구체적이지 않은 공동 원칙을 제시하며 다소 현실성이 떨어졌다”며 “북핵 위협의 고도화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란 가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국방비전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내부 평가를 반영해 새로운 국방비전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北 도발시 '합의 효력정지' 나설 듯 

2018년 9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인 9.19 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북한이 선제적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일이 반복되며 정부는 합의 효력 정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인 9.19 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북한이 선제적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일이 반복되며 정부는 합의 효력 정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한·미의 공통 인식은 한국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문제를 검토하는 데 대한 미국의 전적인 신뢰로 이어졌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SCM서 9.19 군사합의로 인해 한국의 대북 감시·정찰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설명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이같은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한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9.19 군사합의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한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9.19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대북정찰능력과 군사훈련 등 방어 태세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을 포함해서 여러 문제점을 지닌 것으로 지적돼 왔다”며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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