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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평생 담배금지법' 꺼냈다…이 나라가 주목한 건 CO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달 5월 31일 서울 종로구 금연 구역 인근골목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달 5월 31일 서울 종로구 금연 구역 인근골목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는 평생 영구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평생 담배금지법’이 뉴질랜드 등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담배금지법이 공중보건 정책뿐 아니라 환경 정책으로도 꼽힌다. 매년 담배를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자동차 약 1700만대를 운전했을 때의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에선 장기적으로 ‘금연 국가’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질랜드는 주요국 중 최초로 담배 구입 금지법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2027년 성인이 되는 2009년 이후 출생자가 담배나 관련 제품을 영구적으로 살 수 없게 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담배 판매 소매점 숫자를 줄이고 담뱃세‧담뱃값도 올려 2025년까지 흡연율을 5%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뉴질랜드에선 담배 한 갑 가격이 약 3만원으로 주요국 중 비싼 편에 속한다.

지난달 영국도 ‘뉴질랜드식 모델’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이후 출생자 담배 구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해 2040년쯤엔 젊은 층 금연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호주는 전자담배를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크 버틀러 호주 보건부 장관은 “전자담배는 중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 관련 문제 중 하나이며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다”면서 “이제 비처방 전자담배의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가 ‘담배금지법’으로 눈을 돌리는 데에는 경제적 비용 계산도 한몫했다. 뉴질랜드는 흡연으로 인한 암‧심장마비‧뇌졸중 등 질병이 줄어들면 의료비용이 약 50억 뉴질랜드달러(약 3조9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의 흡연 정책을 다룬 ‘칸 보고서’도 “예방 가능한 질병과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라고 보고 “흡연이 연간 6만4000명의 사망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경제적 비용은 담뱃세로 인한 세수보다 크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에선 담뱃세로 매년 100억 파운드(약 16조2200억원)가 걷히는데, 경제적 비용은 170억 파운드(27조5700억원)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거리의 하수구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연합뉴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 거리의 하수구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 문제도 걸쳐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각국이 흡연 통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담배 생산‧소비 과정에서 매년 약 8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매년 약 1700만 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년 220억 톤의 물이 담배 생산에 사용된다는 점, ▶담배 1kg을 생산‧소비‧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이 1년 동안 한 사람의 식수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인 점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나서서 담배 구입 자체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개인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담배 암시장 등 부작용이 생겨 오히려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뉴질랜드 자유주의 정당(ACT Party)은 “과보호적인 정책 개입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담배금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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