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개최 美샌프란에 시위대 2만명 몰릴듯…행사장에 3m 울타리 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개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2만명 규모의 APEC 반대 시위가 예고돼 현지 치안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21개 회원국 정상이 대거 참석하는 15~17일 시위가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미 ABC 뉴스에 따르면 100개 이상 단체로 구성된 'APEC 반대' 연합은 APEC 회의 기간(12~18일) 동안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행사장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매체는 정상회담이 몰린 15∼17일 회의장인 모스코니센터 주변을 중심으로 시위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2~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이 열리는 가운데, 2만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에 반대하는 시위가 펼쳐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환경·노동 단체들로 구성된 APEC 반대 연합은 APEC 등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무역 협정이 노동자들을 착취한다고 주장하며 행사 때마다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이번 APEC 시위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항의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청년 운동 단체의 수잰 알리는 ABC 방송에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2년 11월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시위자가 팻말을 든 모습. AP=연합뉴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샌프란시스코시 당국과 경찰은 행사장 주변에 3ｍ 높이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행사장 일대 도로를 전면 폐쇄했다. 또한 철도역, 공항 등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빌 스콧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시위가 있을 전망이다"면서 시위대에 불법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위대가 헌법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괜찮지만, 폭력 행위 등은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필요하면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APEC 정상회의는 대규모 시위에 따른 충돌로 몸살을 앓아왔다. 2019년 칠레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을 품은 군중들이 분노해 대규모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졌다. 이에 방화와 상점 약탈 등으로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APEC 정상회의가 결국 취소됐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때에는 회의 반대 및 반정부 시위 등이 벌어지며 시위대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2022년 11월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시위자가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윤 대통령, 16일 IPEF 참석  

올해 출범 30주년인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 증대를 위한 최대 협력체로,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은 취임 후 처음이다.

15~18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윤 대통령은 16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IPEF는 대중 공급망 봉쇄의 중심축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한국은 원년 멤버로 참여했다. 17일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스탠퍼드대에서 '한·일, 한·미·일 첨단기술 협력'을 주제로 좌담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