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출범 3년 됐지만 여전히 왜 있는지 모를 공수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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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후임 추천권 없는 공수처장이 인사 논의 문자 논란

출범 후 기소는 8건뿐…쇄신 방안 국회서 고민해야

출범 3주년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주고받은 부적절한 메시지가 논란이 됐다. 사진기자가 촬영한 휴대전화 화면에는 김 처장이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자신의 후임자를 누구로 할지 상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 차장이 특정인의 실명을 들어 “수락 가능성이 제로”라고 하자 김 처장은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2021년 1월 취임한 김 처장의 3년 임기는 내년 1월에 끝난다. 현행법에는 현직 공수처장이 직접 자신의 후임자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김 처장은 “후임 인사가 아니라 후임 예상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영장 전담 판사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도 드러냈다. 김 처장은 실명을 들어가며 이들의 성향에 따라 영장 청구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법부 영장 심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김 처장은 “영장 청구를 신중히 하자는 취지”라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명분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출범시킨 공수처는 입법 단계부터 무리한 점이 적지 않았다. 다수 의석을 배경으로 힘으로 밀어붙인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자유한국당)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야당 지도부는 불법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26시간 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결국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수처를 둘러싼 공수가 뒤바뀐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수처 폐지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이후 기관이 폐지되진 않았지만 기능과 역할은 상당히 위축됐다. 표적 감사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공수처에서 네 차례나 소환 요청을 받았지만 불응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처리를 완료한 사건은 지난 9월 말 현재 6907건인데, 그중 기소나 공소제기 요구는 8건(0.1%)에 그쳤다.

현재 공수처는 구체적인 수사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정치적 편향성 등 각종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회는 2기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첫 회의를 했다. 차기 공수처장에 적임자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수처의 장래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공수처를 둘러싼 정쟁을 멈추고 공수처의 쇄신과 탈바꿈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