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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1주일…외국인, 탈출 우려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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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2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정부가 투자자의 원성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지만, 개미들(개인투자자)은 높아진 변동성 파고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2조22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2조1510억원)와 기관투자가(7380억원)는 순매수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최근 며칠만 보면 개인은 주식을 팔고 외국인은 사는 형국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그러나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츰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은 최근 한국 주식 전산 대여를 중단한다는 공문을 주요 기관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서비스 중단 이유와 기간 및 재개 여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SSBT의 한국 주식 대여 서비스 중단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해외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하고, 전 종목 공매도를 금지한 상황에서 나온 조처라 한국 시장 철수 내지 비중 축소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SSBT가 전산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지 한국 시장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SSBT가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를 위해 빌릴 수 있는 한국 주식의 규모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선물과 현물(주식)의 차익 거래를 주로 하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현물 시장 공매도 금지가 주식을 매도하는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는 선물보다 현물의 상대적 고평가를 수반하는데, 이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현물 매도(short), 선물 매수(long)의 매도차익거래를 시행한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물 시장에서 주식을 살 때도, 매수와 공매도를 함께 하는 ‘롱숏전략’을 많이 편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하면 그만큼 매수 물량도 함께 줄일 가능성이 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실제 코로나19 확산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던 시기(2020년 3월 16일~2021년 4월 30일)의 투자자별 매수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3조1936억원)와 코스닥(-319억) 모두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75조5574억원)·코스닥(19조3122억원) 모두 순매수해 대조를 이뤘다.

외신들은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저하해 선진 시장 편입을 지연시킬 거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고, 로이터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를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치권은 오히려 추가 규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공매도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질의를 받고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막으면 어떨지 다시 한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면서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목적 ▶유동성 공급자의 유동성 공급 목적 ▶파생 시장조성자의 헤지(위험회피) 목적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의 헤지 목적 등에 한해 차입 공매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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