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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개미 보호” vs “부자 감세”…이번엔 주식 양도세 완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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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12일 주식 양도세 완화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방침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12일 주식 양도세 완화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방침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주식 시장에서는 연말마다 개인 투자자를 성가시게 하는 변수가 하나 있다. 대주주의 ‘매도 폭탄’이다. 개별 주식을 10억원 넘게 가진 대주주가 연말 일부 물량을 매도해 보유량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렸다가 연초 다시 사는 경우가 많다.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1년 12월 28일이 상징적인 사례다. 이날 국내 증시엔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가 3조903억원을 순매도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28일 이후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가진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를 내야 해서다. 애꿎은 개미 투자자 사이에선 “대주주 양도세 때문에 연말마다 개미만 눈물 흘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일까, 소수 ‘큰손’을 위한 부자 감세일까. 정부가 꺼내 든 주식 양도세 완화 방안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0일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 요구에 정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추경호 “결정된 것 없어…여야 협의 필요”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양도세 완화는 불법 공매도 금지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정부는 현재 10억원인 종목당 보유액 요건을 20억~50억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내 입법 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마치면 올 연말 이전에 시행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아직 방침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전반적 과세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2년 유예했다”며 “대주주 10억원에 대한 기준은 내년까지는 유지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있었다. 변화가 있게 되면 야당과 합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면 주식을 수십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 투자자만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대주주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몰아서 매도하는 시장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개미 투자자의 호응이 높다. 앞서 발표한 공매도 금지에 이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투자자 표심을 노린 정책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다만 직접 절세 혜택을 보는 대상은 ‘큰손’이다. 개인투자자 중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비율은 2020년 기준 0.3%에 불과하다.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면 이 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식 부자’에 대해 무겁게 과세하는 기존 흐름을 거스르는 측면이 있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내렸다. 이어 2016년 25억원→2018년 15억원→2020년 10억원까지 줄곧 하향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선진국 다수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고 한국도 양도세 과세 대상을 확대해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과세 기준을 높인다면 10년 만에 흐름을 역행하는 셈”이라며 “막대한 소득이 있는 고소득층에 세금을 덜 물리는 ‘부자 감세’”라고 지적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세수(국세 수입)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과도 모순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가 70조6000억원에 달하는데 양도세 완화란 감세 카드를 꺼내 든 셈이라서다. 종목당 25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이들에게 주식 양도세를 부과한 2017년 양도세 신고 건수는 6420건(5조8177억원)이었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양도세 부과 기준을 강화한 2020년 양도세 신고 건수는 2만7163건(7조2871억원)으로 불었다. 바꿔 말해 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할 경우 세수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양도세 완화하면 세수 펑크 더 커질 우려

양도세에 앞서 증권거래세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붙는 세금인 만큼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서다.

대부분 국가가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 부과로 전환하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일본은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다. 양도세를 부과하더라도 보유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일정 금액 이상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양도세 부과 대상을 넓히는 추세에서 증권거래세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세수 부족 등 우려로 증권거래세를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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