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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임약 먹이고 친모 앞 성폭행…7년간 당하던 딸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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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친족 준강간,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3일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친족 준강간,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3일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의붓딸에게 피임약을 먹이며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계부에게 징역 25년 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이 의붓딸 B양을 상대로 친족 준강간, 미성년자 강제추행, 아동 성희롱 등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3일 내린 판결이 12일 확인됐다. B양은 지난 5월 A씨가 기소된 지 1주일 만에 사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6년 6개월 동안 B양을 지속해서 성폭행했다. A씨는 당시 초등학생인 B양이 2주에 한 번 친모 C씨를 만나러 올 때 B양을 추행했고 성폭력은 반복됐다.

A씨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B양의 친모인 C씨와 2016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피자 가게를 함께 운영했다. B양도 A씨에게 의존해 생활했다. A씨는 한동안 떨어져 살아 친모에 대한 그리움과 집착이 있는 B양의 심리상태를 파악·이용했고 우월적 지위로 피해자를 억압했다.

A씨는 피해자와 같이 살게 된 2019년부터 더욱 노골적이고 자주 성폭행을 저질렀다. A씨는 B양이 성관계를 거부하면 외출을 금지하고 가정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았다. 가족과 흩어져서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피해자가 반항과 저항을 체념하도록 했다. 미성년자인 B양에게 술과 담배를 권하며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B양과 친모 C씨와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전경. 중앙포토

B양은 A씨가 저지른 성폭행을 친모 C씨에게 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C씨는 B양에게 애교를 부리며 A씨 비위를 맞출 것을 종용했다.

B양이 투신,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에도 A씨는 B양에게 피임약을 복용케 하면서 성폭행을 이어갔다. 경찰 수사 개시로 A씨의 성폭행은 멈췄지만, B양의 정신적 고통은 이어졌다. 미성년자인 B양은 정신적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A씨가 권했던 술과 담배에 손을 댔고,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주취 상태였던 B양은 A씨가 기소된 지 1주일 만에 옥상에서 추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실족사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지만, 장기간 괴로워하며 몸부림친 피해자 모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피해자가 생전에 겪었을 고통과 피해자 죽음을 애도하며 중형을 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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