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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 다른 日은행…‘인력 유출’ 고민에, 시차 출퇴근제 등 도입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금융권 종사자인 A씨(남)는 1년간 육아휴직을 한 후 거주지에서 2시간 가까이 떨어진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이라는 걸 증명하기 어려워 속앓이만 해야 했다. A씨는 “일ㆍ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이직률 평균은 지난해 6.79%였다. 2020년, 2021년에는 각각 5.03%, 5.55%로 2년 연속 5%대였는데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 금융그룹 임직원수 평균이 2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1년 전에 비해 퇴사자가 약 1000명 늘어난 셈이다.

다양한 퇴사 원인이 있겠지만 금융권의 다소 경직적인 기업 문화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만큼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지만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금융회사들이 인재 확보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업무방식을 개선한 후 성과를 거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전 산업 대졸 신입사원(3년 이하 근무) 이직률은 감소 추세(14년 32.4%→18년 31.8%→22년 31.55%)인 반면 같은 기간 금융권 신입사원 이직률은 증가(20.9%→21.7%→25.1%) 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일본 금융사들이 일ㆍ가정 양립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한 결과 지난해 3대 메가뱅크 여직원의 근속연수 평균(14.5년)은 2018년 평균(11.8년)대비 약 2.7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초등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단축근무ㆍ시간외근무면제ㆍ간호휴가 등을 허용했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SMBC)은 재택ㆍ위성사무소 근무를 장려하는 한편, 결혼ㆍ육아ㆍ배우자전근 등의 사유가 있는 직원은 근무지를 바꿀 수 있도록 내규화했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 휴직 확대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미쓰비시UFJ은행(MUFG 자회사)은 남성 육아휴직 활용 여부를 관리자의 인사 평가 항목에 넣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이용률이 98%에 달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2세 미만의 자녀를 둔 남직원이 10영업일의 단기 육아휴직(유급)과 10영업일의 연차휴가(유급)로 이뤄진 ‘10+10’ 육아휴직을 쓰도록 강력히 권고하는 식이다.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은 육아를 위한 목적이라면 남직원도 여직원과 동등하게 단축근무ㆍ시차출퇴근ㆍ시간외 근무 면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김혜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저출산ㆍ인력난이 심화되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통한 인재 확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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