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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추천' 권한 없는데…공수처장 "오겠다는 사람 있는데" 문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후임자 인선 등을 논의하며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공수처장 논의…“강경구, 호제훈은 제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 김 처장은 질의 도중 휴대전화로 여 차장과 주고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고, 이 내용이 국회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속 메시지 중에는 여 차장이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알겠습니다. 수락 가능성이 높다고 사람 추천할 수도 없고요. 참”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처장은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두 사람이 차기 처장 인선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두 사람의 대화에 거론된 인물은 강경구 법무법인 무영 변호사(전 수원고법 부장판사·연수원 24기), 호제훈 법무법인 위 변호사(전 대전고법 부장판사·연수원 24기), 강영수 법무법인 백송 변호사(전 인천지법원장·연수원 19기) 등으로,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다.

두 사람의 대화가 논란이 된 건, 현직 공수처장과 차장이 차기 처장 추천 과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총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진 생태다. 향후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처장을 임명한다. 추천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과 여당이 추천한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변호사,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 야당이 추천한 이상갑 법무법인 공감파트너스 변호사,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김 처장과 여 차장 모두 추천위와 관련이 없다.

4번째 영장 기각되자…“5번째 영장 신중히”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공개된 메시지 내용 중에는 두 사람이 ‘5번째 영장청구’에 대해 논의하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여 차장이 “처장님 말씀대로 5번째 영장은 시기를 신중히 고려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답했다. 지난 8일 공수처는 건설사 등으로부터 약 1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4번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다음 영장 청구 시기와 방법을 신중히 정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윤재남·이민수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유 부장’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수 부장은 최근 공수처가 청구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 구속영장을, 윤재남 부장은 지난 8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 뇌물 수수 혐의 관련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했다.

유창훈 부장의 경우 아직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한 적은 없지만, 김 처장이 “피하면”이라고 말한 것을 봤을 때, 유 부장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 게 더 까다롭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 부장은 지난 9월과 6월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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