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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은 환경시위대에 총 쐈다…백발 노인 총격에 2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현지시간) 파나마  차메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시민.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파나마 차메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시민. EPA=연합뉴스

중미 파나마에서 외국 업체에 최장 40년간 광산 개발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노인이 길을 막고 시위하는 환경시위대에게 총을 쏴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파나마 대통령과 공공안전부 공식 소셜미디어 및 파나마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80㎞ 정도 떨어진 오에스테주 차메에서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 도중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시위대의 도로 봉쇄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던 한 주민이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총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나마 공공안전부는 “경찰이 노년층인 이 남성의 신원을 확보해 체포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는 “올해 77세 된 케네스 달링턴이라는 이름의 총격 피의자는 시위대와 말다툼을 하다 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발사했다”며 “현장에 있던 이들이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고스란히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 따르면 달링턴은 자신의 차량에 내려 시위대에게 다가간다. 그는 시위대에 몇마디 하더니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고 말싸움이 격해지자 총을 발사했다. 총에 맞은 남성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파나마 태생의 미국 국적의 달링턴은 은퇴한 변호사로, 과거에도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화요일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파나마  차메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시민.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파나마 차메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시민. EPA=연합뉴스

앞서 파나마 정부는 도노소에 있는 130㎢(1만3000㏊) 규모 구리 광산(코브레파나마)에 대한 탐사·채굴 및 광물 정제·판매·홍보 권한을 갱신하는 계약 승인법을 지난 달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국회 위원회 심의와 본회의를 거쳐 같은 달 20일 통과됐고, 곧바로 코르티소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같은 날 관보에 게시됐다. 법안 효력은 관보 공표 즉시 발생했다. 법적 절차가 닷새 만에 끝났다는 뜻이다.

이 법안은 이미 도노소 구리 광산에서 조업 중이던 미네라 파나마(Minera Panama)에 광산 개발 등 권한을 2021년 12월 22일부터 20년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일정 수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이후 20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도 담겼다.

계약 승인법 발의는 1997년에 마련한 기존 법령이 절차상 하자로 2018년 위헌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한 후속 조처로 이뤄졌다.

미네라 파나마 지분은 캐나다 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 90%, 한국광해광업공단 10%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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