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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까지 나라살림 적자 70조원…국회 통과 기약없는 ‘재정준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3분기까지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다. 벌써 정부의 당초 목표보다 12조원 이상을 웃돈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11월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가 70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를 3분기 만에 훌쩍 넘겼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뺀 수치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올해 9월까지 누계 정부 총수입은 436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6조9000억 원 줄었다.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세수)이 같은 기간 50조9000억 원 감소하면서다. ‘3대 세목’인 소득세(-14조2000억원), 법인세(-23조8000억원), 부가가치세(-6조2000억원)가 모두 줄었다. 부동산 거래 위축과 기업 실적 부진, 내수 침체 등 영향 때문이다.

총지출(467조5000억 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업 축소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68조5000억 원 감소했다. 본예산 대비 총지출 진도율(73.2%)은 1년 전보다 5.5%포인트 낮았다. 2014년 이후 가장 낮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걷은 돈보다 지출로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나마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국가 빚은 감소했다. 9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1099조6000억원으로 전달(1110조원)보다 빚을 10조4000억원 줄였다. 진민규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연말에 국채를 상환하면 국가채무가 연간 전망치(1101조7000억원)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출을 줄였는데도 나라 살림이 쪼들리는 건 결국 세수가 부족해서다. 세수 회복은 경기 반등과 밀접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550억9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5.1% 늘었다.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도 10월까지 5개월 연속 흑자다. 9월엔 지난 5월 이후 넉 달 만에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증가’하는 등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세수 펑크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경기가 일부 반등하더라도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월 9일 종료하는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관건이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야당은 오히려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스스로 만든 재정준칙을 어긴 것도 재정준칙을 아직 법제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인 만큼 재정준칙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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