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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사무관'이 우윳값 잡을까…장바구니 28개 품목 핀셋 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고공상승하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한 ‘특별물가안정체계’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빵 서기관’, ‘우유·아이스크림 사무관‘, ‘커피 사무관’ 등을 지정해 각 담당자가 물가를 전담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른바 ‘MB식 물가관리’가 10년 만에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차관 직속으로 ‘농식품 수급상황실’을 설치해 28개 주요 농식품 물가를 엄중하게 관리하겠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하기로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수급상황실은 ▶총괄반 ▶원예농산물반 ▶축산물반 ▶식량·국제곡물반 ▶식품·외식반 등 5개반으로 구성된다. 원예농산물반에선 배추·무·양파·건고추·깐마늘·생강·대파·토마토 등 9개 품목을, 축산물반에선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 등 4개 품목을, 식량·국제곡물반에선 쌀 등 1개 품목 관리한다. 이외에도 상추·배·감귤·감자 등도 기타 관리 대상으로 들어간다.

특히 가공식품은 14개 품목이 중점관리 대상에 들어간다. 이 중에서도 빵·우유·스낵과자·커피·라면·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밀가루 9개 식품 품목은 서기관·사무관급 담당자들이 나눠서 밀착 관리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배추국장’·‘무국장’ 등으로 불린 실무자들이 지정 품목을 밀착 관리한 바 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가공식품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애로사항을 발굴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물가 상황을 밀착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일련의 대책은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마련됐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7.3% 상승했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특히 쌀(19.1%)·토마토(22.8%)·파(24.6%)·생강(65.4%)·사과(72.4%) 등 농산물은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우유(14.3%)·아이스크림(15.2%)·설탕(17.4%)·커피(11.3%)·피자(12.3%) 등 가공·외식 식품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다만 담당자 지정에 대한 효과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생산비 등에 비례해 매년 오르는데, 이러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선 없이 ‘우유 사무관’을 지정해 압박한다고 물가 안정화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가 압박을 받은 업계들이 직접적인 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양과 질을 낮추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에 노출돼 있는 품목에 대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성공하기 어렵고, 품질 저하나 인상 시점 연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 등을 통한 자연스러운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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