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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사망할 수도" 9억원어치 팔린 1000원짜리 비아그라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920억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제조‧유통‧판매한 일당 24명을 검거하면서 13억3000만원 상당의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920억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제조‧유통‧판매한 일당 24명을 검거하면서 13억3000만원 상당의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중국에서 장뇌삼을 밀수해온 A씨(66)는 2021년 중국 현지에서 “가짜 약 제조 판매가 돈벌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무역이 위축된 터라 귀가 솔깃했던 A씨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A씨는 중국에서 가짜 비아그라 제조법을 배운 B씨(67), 알약을 제조할 수 있는 기계인 타정기를 보유한 유통책 C씨(55)와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강원도 정선에 제조공장을 차린데 이어, 유통총책 D씨(61)도 섭외하며 유통‧판매망을 완성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판매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으로 A씨 등 4명을 구속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판매책 등 20명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밀수입한 원료로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시가 920억원 상당)을 제조‧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13억3000만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A씨 등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6월 강원 정선 제조공장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A씨는 압수수색에 앞서 빼돌린 타정기를 서울 가산 테크노파크의 한 사무실로 옮기며 가짜 비아그라 제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서울 제조공장을 특정해 일당 2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총책 A씨 등 일단 24명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시가 920억원 상당)을 제조‧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가짜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타정기. 서울경찰청 제공

총책 A씨 등 일단 24명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시가 920억원 상당)을 제조‧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가짜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타정기.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비아그라 원료물질인 실데나필을 정품보다 10대 더 첨가해 효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홍보했다. 정품 비아그라 라벨지와 설명지도 밀수입해 정품처럼 보이게 하거나 한약과 섞어 판매하기도 했다. 가짜 비아그라 1정 가격은 최대 1000원으로, 정품 비아그라 1정 가격인 1만5000원보다 저렴했다. 주 구매자는 시골 농가·공사장 인부, 유흥업소 종사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일당이 가짜 비아그라를 팔아 9억원 가량의 범죄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기소 전 보전 몰수·추징도 검토 중이다.

가짜 비아그라에 비아그라 원료물질인 실데나필이 과다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데나필은 심장혈관 등을 확장해 발기부전을 개선하지만, 심장질환과 저혈압을 유발한다. 1회 최대 복용량으로 설정된 100mg보다 많은 용량을 복용할 경우, 효능보단 부작용이 증가한다. 정우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할 경우 심장질환, 저혈압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심각할 경우 실명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가짜 비아그라엔 중금속이 들어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중금속 중독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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