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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배 가른 모형·소 똥 치우기 게임…100억짜리 테마관의 정체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못안저수지 앞. 농로 한편에 나붙은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이하 불고기팜)' 입간판을 끼고 100m쯤 걸어 들어가자 'ㄷ'모양의 한옥 형태 건물이 나타났다. 한우테마관이라는 간판이 붙은 1층짜리 전시관(399㎡)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테마관 입구로 들어가자 소 종류와 역사·품종·성장 등에 관한 소개글, 옛 외양간을 표현한 그림과 농기구 등이 놓여 있었다. 소똥 치우는 모션 게임기가 있었지만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소 배를 반으로 가른 전시물   

 한우테마관 전시실의 모형. 김윤호 기자

한우테마관 전시실의 모형. 김윤호 기자

초가집이나 밭을 가는 소 모형도 보였다. 테마관 한가운데 있는 전시실엔 1m가 넘는 크기로 소 배를 반으로 갈라둔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근육·내장·척추·힘줄 등을 표현한 모형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 배를 갈라둔 전시물 뒤엔 등심·불고기·갈비·목살 같은 소 살점을 떼어 자른 고기 모형, 해당 고기 부위 설명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나들이 철이지만 이날 테마관에서 만난 관람객은 한명도 없었다.

"불고기와 소 주제의 테마관" 

한우테마관 입구. 김윤호 기자

한우테마관 입구. 김윤호 기자

한우테마관의 전시물. 김윤호 기자

한우테마관의 전시물. 김윤호 기자

정육점처럼 꾸며진 한우테마관은 울주군이 '언양불고기' '봉계한우' 등 지역 특색을 담아 2018년 지었다. 못안저수지 일대 1만7300㎡ 부지를 '불고기팜'으로 만들면서 설치했다. 산책로와 주차장(3600여㎡)·한우테마관 등을 불고기팜 조성에 100억여원을 썼다. 미끄럼틀·물놀이 장 같은 놀이시설, 한우직판장 등도 있지만, 볼거리는 사실상 한우테마관이 유일하다.

100억원짜리 불고기팜, 발길 뜸해

울주군에서 제출받은 공공시설 손익 관련 자료. 자료 울주군의회

울주군에서 제출받은 공공시설 손익 관련 자료. 자료 울주군의회

이렇다 보니 불고기팜을 찾는 발길은 뜸하다. 울주군의회 이상걸 군의원이 울주군에서 지난 4월 받은 '공공시설 손익과 이용실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불고기팜 전체를 찾은 관람객은 0명으로 표기돼 있다. 이에 울주군은 "불고기팜이 큰 공원이다보니 한우테마관 등 별도 시설 관람객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략 주말에 300명 이상 불고기팜을 찾는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우테마관 내년에 새 콘텐트 계획 

불고기팜 안내 지도. 김윤호 기자

불고기팜 안내 지도. 김윤호 기자

이상걸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지역 공공시설 손익과 이용실태를 살펴보니, 지난해 기준 (불고기팜을 포함해) 지역 95곳 공공시설에서 발생한 손실액만 239억5000만원이나 됐다"라며 "고비용 저효율로 운영되는 시설은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자체, 특히 기초지자체는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데 단체장 의사에 따라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이 진행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불고기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4억원을 들여 여름용 물놀이 시설을 새로 조성한 데 이어 내년에 한우테마관을 새롭게 꾸밀 계획"이라며 " 불고기팜 관리와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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