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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결핵 1위' 탈출했는데, 내년에 또?…예산 24% 싹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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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신규 환자 발생 추이. 중앙포토

결핵 신규 환자 발생 추이. 중앙포토

한국이 27년 만에 결핵 발생 1위라는 오명을 벗었다. 결핵은 대표적인 후진국 감염병인데, 그나마 이번에 꼴찌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2024년 예산안에서 결핵 관리 예산이 24% 삭감돼 다시 꼴찌로 추락할 위험이 커졌다.

질병관리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일 공개한 '2022 세계결핵보고서'에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 )은 39명으로 전년(44명)보다 줄었다. 가장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47명)이며 전년(41명)보다 올랐다. 한국이 줄어들고, 콜롬비아는 2018년 이후 줄곧 올라가면서 꼴찌를 면하게 됐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줄곧 발생률 1위를 유지해 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난해 결핵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3.8명이며 OECD 회원국 4위를 기록했다. 전년 2위에서 두 단계 낮아지면서 호전됐다. 한국의 사망률은 2019년 이후 3.8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가 올라가면서 순위가 떨어졌다. 콜롬비아(5.2명), 리투아니아(4.6명), 멕시코(3.9명) 등이 1~3위에 올라 있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탈꼴찌에 성공했다지만 국제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그리스(2.2명). 미국·이스라엘(2.6명), 슬로바키아(2.9명), 노르웨이(3.3명)에 비교가 안 된다. 일본도 9.5명에 불과하다.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결핵 사망률(3.8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체코(0.16명)의 24배, 미국·덴마크(0.19명)의 20배에 달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결핵은 한국인 사망원인 중에서 감염병 분야에서 코로나19 다음으로 높다. 코로나가 2위, 결핵이 15위이다.

그래도 서서히 감소해온 이유는 정부가 예산을 집중하고 전문가들이 노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일반 결핵환자는 6개월간 하루 1회 최대 15개의 약을, 다제내성환자(2개 이상 약이 안 듣는 환자)는 하루 1~3회 20개가량의 약을 먹어야 한다. 매우 힘들다. 약을 중단하면 계속 내성이 생겨 병을 키운다. 2011년부터 전국의 큰 병원과 보건소에 간호사 등를 배치해 결핵 환자를 1대 1로 관리한다. 약 복용을 확인하고 병원에 안 오는 환자를 설득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결핵 예산이 올해 458억원에서 내년 347억원으로 24%가량 줄었다. 이렇게 되면 결핵 전담간호사가 341명에서 250명으로, 전담 요원이 668명에서 4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간병인과 같은 돌봄시설 종사자 4만여명의 잠복결핵 감염을 찾아내는 사업이 사라졌다. 한국인 4명 중 1명, 특히 노인은 절반이 결핵균을 보유한 잠복 환자여서 이들을 찾아내 균을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 검사비가 5만~8만원에 달해 스스로 검사하지 않는다. 예산 삭감으로 이 사업이 출발도 못 하게 됐다. 노인·노숙자 등을 찾아가는 검진사업 대상도 26만명에서 17만명으로 줄게 될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본이 2007년 예산 지원을 줄이고 결핵예방법을 다른 법률에 통합하는 바람에 발생률 감소 속도가 뚝 떨어졌다"며 "결핵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발생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수 서울시 서북병원 진료과장은 "그동안 결핵에 예산 투입을 늘리고 전문가들의 노력을 집중하면서 크게 개선됐다. 예산이 왕창 줄어들게 되면 발생률이 다시 증가할 위험이 크다.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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