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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나"…알몸으로 내쫓긴 치매 노모는 숨을 거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대 치매 노모를 한겨울 알몸으로 내쫓은 딸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9)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A씨 주장에 무게를 둔 1심과 다르게 모친에게 ‘의견을 관철하려 한 행위’ 자체를 학대라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중증 치매 환자였던 70대 모친 B씨를 전북 전주 자택에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오후 6시50분쯤B씨에게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옷을 벗으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나체 상태인 B씨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B씨는 1시간30분가량 방치됐다.

이웃 주민은 추위에 온몸을 떨고 있던 B씨를 집으로 들여보내려 했지만, A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또 다른 주민도 A씨 집 초인종을 눌렀지만 무반응이었다. 결국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뒤에야 B씨에게 문을 열어줬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사회복지사가 A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B씨는 나체로 바닥에 엎드려 누운 채 담요를 덮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B씨가 왜 옷을 벗고 있느냐”고 물었고, A씨는 “자꾸 옷을 벗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상태를 확인할 때 B씨는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B씨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후 9시50분쯤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저체온증 외에 다른 기저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는 집 안에서 담요를 덮고 있었고, 피해자가 옷을 입지 않으려 했다는 피고인의 말에 수긍이 간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 항소로 넘어간 2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에게 다른 외부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령의 치매 환자로 당뇨까지 있는 피해자가 밖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서 인과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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