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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 인생에 가장 중요” 지브리 대표가 본 ‘그대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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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왜가리(오른쪽)와 모험을 떠나는 소년, 스튜디오 지브리 스즈키 대표는 “소년은 미야자키 감독, 왜가리는 나”라고 설명했다. [사진 대원미디어]

왜가리(오른쪽)와 모험을 떠나는 소년, 스튜디오 지브리 스즈키 대표는 “소년은 미야자키 감독, 왜가리는 나”라고 설명했다. [사진 대원미디어]

콘셉트 스케치로 만든 포스터 한장만 내놓고 개봉한 일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시사회 없이 바로 극장에 걸렸다. 사전 정보 없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첫날 25만 관객이 몰렸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얘기다. 미야자키 하야오(82)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에 대해 “에너지와 그로테스크, 여러 면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내 영화적 멘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기대”(‘명량’ 김한민 감독), “미야자키 감독이 정정하게 활동해 함께 개봉할 수 있어 좋다”(‘곤지암’ 정범식 감독) 등 국내 감독들의 반응도 뜨겁다.

“난해하다” “배경이 태평양 전쟁이라 불편하다”는 반응에도 7일까지 153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2주 내내 박스 오피스 1위를 지키며 ‘벼랑 위의 포뇨’(151만)를 넘어 스튜디오 지브리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2위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16만)이다.

스즈키 도시오

스즈키 도시오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75·사진) 대표가 국내 관객들의 궁금증에 서면 답변했다. 7년에 걸친 수작업 과정에 대해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즐거울 만한 걸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러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 작품의 주제로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즈키 대표는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 ‘아니메쥬’ 편집부 시절인 1981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연재를 의뢰하면서 미야자키 감독과의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9년 미야자키 감독의 권유로 스튜디오 지브리에 합류,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등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요시부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
“주인공 마히토는 굉장히 어두운 면이 있는 소년인데, 감독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무게와 진중함을 위해 필요한 제목이었다.”
감독의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감독 자신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중요한 인물인 큰할아버지는 (감독을 애니메이션의 길로 이끈)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그리고 왜가리는 나 스즈키다. 마히토와 왜가리가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장면은 우리 둘이 나눈 얘기를 세밀하게 표현했기에 감동했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 요네즈 겐시가 작업했다.
“히사이시 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후 계속 그가 맡아왔다. 요네즈 겐시는 내가 제안했는데, 4년에 걸쳐 주제곡을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반전(反戰)·반파시즘적 세계관을 그리면서 “어리석고 악의에 찬 세상일지라도 친구를 만들며 살아가라. 너만의 탑을 쌓아라” 등의 격려를 담았다. 움직임 없는 장면이 없다 싶을 만큼 장대한 손 그림의 향연도 극장 상영을 놓치기 싫은 요인이다. 공습으로 병원이 화염에 휩싸이고, 시골길을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 내뿜고, 생명 탄생을 상징하는 존재 ‘와라와라’가 별이 총총한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른다.

한편, 아내를 잃은 마히토의 아버지가 처제와 결혼하는 대목에서 관객들은 당황한다.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에 스튜디오 지브리 측은 “과거 일본에서는 전쟁이나 병으로 부부 중 한 명이 일찍 죽는 경우, 고인의 남매와 재혼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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