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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힘으론 꿈쩍도 안해"…'ㄷ' 모양 로봇에 작업자 압착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업 현장에서 로봇 기계 오작동 등으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산업용 로봇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안전장치 확충과 안전의식 제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봇 팔, 인력으론 꼼짝도 안 해”

지난 7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군 한 파프리카 선별 작업장의 산업용 로봇. 사진 경남소방본부

지난 7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군 한 파프리카 선별 작업장의 산업용 로봇. 사진 경남소방본부

8일 고성경찰서ㆍ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45분쯤 고성군 영오면 농산물산지유통센터 파프리카 선별 작업장에서 A씨(40대)가 산업용 로봇에 끼였다. 신고를 받고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로봇 팔의 ‘ㄷ’ 모양 집게와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얼굴과 왼쪽 쇄골이 짓눌린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5분 이내에 유압 콤비툴을 사용해 집게 일부분을 잘라 구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숨졌다.

A씨는 산업용 로봇 설비 점검업체 직원으로, 동료 B씨(50대)와 함께 로봇 센서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시운전’ 과정에서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작업장에 있는 산업용 로봇 2대는 파프리카가 담긴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면 센서가 이를 인식, 팔레트로 옮기는 설비다. 경찰은 로봇 센서가 A씨를 박스로 인식해 작동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7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군 한 파프리카 선별 작업장의 산업용 로봇. 소방당국이 구조를 위해 잘라낸 집게 부분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여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지난 7일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군 한 파프리카 선별 작업장의 산업용 로봇. 소방당국이 구조를 위해 잘라낸 집게 부분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여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선별장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던 B씨는 A씨 비명 소리를 듣고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압력이 들어간 로봇 팔이 움직이지 않자, 추가적인 압착을 막으려고 전력을 차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은 “도저히 인력으로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계가 꿈쩍도 안 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방호장치 등 설비상 하자나 오작동, 예기치 못한 작동 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고 했다.

산업현장 로봇 활용↑…사고도 잦아진다

앞서 지난 3월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점검하던 작업자가 오작동한 로봇에 눌려 크게 다쳤다. 경기 평택의 한 음료 생산공장에서도 근로자가 산업용 로봇 점검 중 신체가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2020년 7월에도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로봇 점검을 하던 근로자가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로봇 팔에 깔려 사망했다고 한다.

산업용 로봇 끼임 사고 이미지. 사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용 로봇 끼임 사고 이미지. 사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로봇을 수리·검사·조정·청소·급유 또는 결과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로봇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 동시에 작업 중인 로봇의 기동스위치를 열쇠로 잠그고, 열쇠를 별도 관리하거나 로봇의 기동스위치에 작업 중이란 내용의 표지판을 부착해 다른 사람이 스위치를 조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로봇 운전 중에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예기치 않은 작동 또는 오작동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단은 “로봇 가동 반경 내부로 근로자가 출입 시 감응식 방호장치가 작동되도록 하고, 해당 장치를 일시 중지하더라도 다른 수단에 의해 안전이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로봇은 오작동 시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요즘 음성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상황이니, 사고 발생 시 ‘비명 소리’에도 설비가 작동을 멈추는 등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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