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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네이버 각 세종’ 가보니…로봇이 서버 배달 |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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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네이버의 두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건물의 가로 길이는 63빌딩의 높이 보다 길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의 두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건물의 가로 길이는 63빌딩의 높이 보다 길다. 사진 네이버

“하이퍼스케일(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대형 데이터센터)은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고사양 서버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각 세종’에는 로봇·AI·인프라 기술 등이 모두 녹아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6일 세종특별자치시 집현동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서 열린 오픈 행사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각’은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센터 이름이다. 네이버는 2013년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 준공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세종시에 지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6일 각 세종 오픈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6일 각 세종 오픈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은 60만 유닛(Unit, 서버의 최소 단위)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의 100만배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기업의 데이터센터 중 가장 크다.

네이버는 이날 기자들에게 각 세종 내부의 주요 시설을 공개했다. 전체 상황을 관리하는 관제센터부터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가 돌아가고 있는 서버실, 로봇이 서버를 나르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서버들이 돌아가고 있는 곳은 소음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최근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등이 탑재된 서버도 볼 수 있었다.

각 세종 서버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 서버실. 사진 네이버

왜 중요해

올해 초부터 생성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데이터 처리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 데이터와 GPU를 감당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중.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총 용량은 향후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세계 1위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한국에 향후 5년간 7조원 넘게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현재 한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AWS가 국내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WS의 투자 발표를 보고 ‘진짜 시장이 열리려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색 시장에서도 그랬듯, 국내 기업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투자하는 빅테크와의 경쟁은 네이버에겐 이미 익숙하다”고 말했다.

각 세종 서버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 서버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의 경쟁력은

① 네이버랩스의 자랑 ‘로봇’

네이버의 기술 연구 조직인 네이버랩스는 각 세종에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총망라해 적용했다. 대표적인 게 로봇. 이곳 바닥 곳곳에선 로봇 주행 길을 표시한 스티커들이 보였다. 사람과 로봇 간 충돌을 막기 위해 표시한 것. 운반 로봇인 ‘가로’와 ‘세로’가 사람 대신 돌아다니며 1개당 30kg에 달하는 서버를 옮긴다. 서버 보관 창고에는 3.2m 길이의 서버 랙(Rack, 선반)들이 있는데, 로봇 세로가 여기서 필요한 서버를 꺼내 로봇 가로에게 주면, 가로가 서버의 바코드를 인식해 배달 장소로 이동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람이라면 할 수도 있는 배달 실수를 로봇은 거의 안 한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 서버 운반 로봇 '세로'(왼쪽)와 '가로'(오른쪽). 사진 네이버

각 세종 서버 운반 로봇 '세로'(왼쪽)와 '가로'(오른쪽). 사진 네이버

서버를 탑재한 로봇 가로를 사람이 쉽게 밀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날 가로에는 총 7개의 서버(총 210kg)가 실려있었는데 가로 몸체의 무게까지 더하면 600kg에 달한다. 성인 남성이 밀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 무게다. 그런데 이때 ‘파워 어시스트 모드’를 적용하니 여성 혼자 힘으로도 쉽게 밀렸다. 시연해 보인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로봇 주행이 어려운 곳에선 사람이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이 기능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6인승 자율주행 셔틀도 운영하고 있었다. 각 세종은 축구장 면적의 41배(29만4000㎡) 규모로 부지가 넓기 때문. 총 11개의 정거장이 있는데, 키오스크에서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율주행 셔틀을 정거장으로 호출할 수 있다.

② 넉넉한 전력 수용량
데이터센터의 관건은 전력량이다. 보통 생성 AI 학습용으로 쓰이는 GPU 서버의 전력 사용량은 일반 서버의 20배 이상이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은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함께 전력량도 늘려야 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분석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도 “랙 당 어느 정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 세종의 랙 당 최대 제공 전력 용량은 20kW(킬로와트)다. 수전 용량(전기를 받기 위해 설비한 변압기 용량)도 각 춘천의 6.75배인 270MW(메가와트)에 달한다.

각 세종의 나무(NAMU) 공조 시스템.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의 나무(NAMU) 공조 시스템. 사진 네이버

③ 에너지 효율 높인 친환경 기술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실내 냉각과 습도 유지에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서버실은 일정한 온도(보통 20~28℃)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 전력 소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데이터센터의 숙제다. 네이버는 공조 시스템인 ‘나무’(NAMU, NAVER Air Membrane Unit) 설비를 활용하고 있다. 바깥 공기를 필터링해 냉방에 활용하고, 서버에서 배출되는 열기를 버리지 않고 건물 온수나 바닥 난방에 사용한다.

앞으로는

세종 각이 이날 가동을 시작한 건 전체 공간의 6분의 1 수준. 향후 클라우드 시장의 수요 증가에 맞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각 세종은 향후 네이버의 중동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와 약 1억 달러(1350억원) 규모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실제와 동일한 3차원 모델을 만들고, 현실 세계와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결한 것) 구축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클라우드도 함께 수출하는 방안을 사우디에 제안했다. 이때 데이터센터에서 안정적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해 운영한 경험이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사우디에도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언젠가 데이터센터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근 다양한 국가와 산업의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들이 네이버의 AI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있다”며 “각 세종이 AI·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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