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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강서구청장 선거의 착시에 빠진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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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1차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1차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자신들 잘해 이긴 것 아닌데 “총선 200석” 오만

이슈 밀리고 혁신도 없이 노란봉투법 힘자랑만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유능한 민생 정당,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 끊임없이 혁신하는 정당’을 표방했다. 이재명 대표도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고 위기에 놓인 민생을 구할 책무가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목을 끌지 못했다. 최근 정치권의 주요 이슈를 대부분 여당이 제기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긴 형국이기 때문이다.

어제 국민의힘 소속인 서울시장과 김포시장이 만나 공동연구반을 꾸리기로 하는 등 ‘메가시티 서울’ 이슈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찬반 입장도 정하지 못해 어정쩡한 눈치보기 속에 여러 갈래의 반응이 나올 뿐이다. 정부가 주도한 공매도 금지의 영향도 코스피지수 2500 상승으로 즉시 나타났지만, 이 대표가 이를 요구했었기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친윤·지도부에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어제도 “비례대표 나이를 낮춰 청년이 들어오게 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달라지려는 것과 달리 민주당은 부자 몸 사리듯 정체된 모습이다. 선거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선거는 100%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민주당이 뭘 잘해서 지지를 보낸 게 아니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외에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국회에서의 코인 투자, 각종 포퓰리즘 입법 추진 등의 악재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신 무당층으로 빠져 있다.

그런데도 선거 이후 민주당에선 ‘200석 발언’ 등 오만의 병이 재발했다. 이탄희 의원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기 위해 (야권) 연합 200석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정동영 당 상임고문은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란 법도 없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꺼냈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겨 놓고도 건망증이 재발한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이슈의 흐름을 끊겠다며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본회의 강행 처리를 들고 나왔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법안 등을 의석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보고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판단할 것”이라는 홍익표 원내대표의 주장은 그냥 억지일 뿐이다. 보궐선거 이후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부터 몸을 낮추고 민생 문제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에선 공천 물갈이 논란이 뜨겁지만 민주당은 침묵의 바다다. 자기 혁신에 눈감은 채 힘자랑만 하다가는 이번엔 심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게 될 뿐이다. 반사이익은 이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