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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배 올라 망치로 쿵쿵…에어포켓 안 생존자 10명 구했다[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존신호 확인!
6일 오후 2시40분쯤 울산 남구 황성동 울산신항 용연부두. 뒤집힌 어선 위에 오른 울산 해경 대원 2명이 ‘에어포켓’(전복된 선체 안에 공기가 남은 곳) 안쪽을 향해 망치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72t 규모 어선과 2400t 규모 급유선이 충돌상황을 가정한 ‘레디코리아 훈련’ 상황이다. 이번 훈련엔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울산시 등 17개 기관이 참여했다.

생존신호 잡히자 리프트백 설치  

잠시 뒤 에어포켓 안쪽에서 생존신호가 잡히자 해경구조대가 사고 선박에 접근했다. 선박이 아예 침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다랗게 부푼 노란색 리프트백 2개와 고정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선 잠수사가 수중수색을 했으나 “어망으로 선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에서 해경이 물에 빠진 조난자를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어선과 급유선 충돌로 조난자가 나오고, 화재와 기름 유출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에서 해경이 물에 빠진 조난자를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어선과 급유선 충돌로 조난자가 나오고, 화재와 기름 유출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연합뉴스

이에 해경은 특수도구로 에어포켓 쪽을 잘라 생존자 10명을 구했다. 생존자를 태운 고속단정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앞에 도착하자 긴급구조통제단이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했다. 응급의료소에서 환자 상태에 맞는 처치가 이뤄졌다. 중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에서 화재 선박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에서 화재 선박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용량 소화포로 화재 진압훈련 

이후 사고 급유선에선 분홍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화재를 가정한 훈련 상황이었다. 울산 해경에 소속된 320t급 ‘소방1호정’이 소화포를 발사했다. 소방1호정엔 소화포가 총 6대 탑재돼 있다. 소화포는 말 그대로 물을 뿌리는 대포다. 소화액 1200t을 150m까지 뿌릴 수 있다. 울산해양환경공단 진압장비인 에코미르호(500t급)도 사고현장에 도착, 소화액 지원사격에 나섰다.

화재가 진압되자 이번엔 1009함 단정의 등선팀이 급유선에 올랐다. 어선과 충돌할 때 뚫린 파손부위를 막기 위해서다. 커다란 구멍에선 기름이 유출되고 있었다. 에코미르호는 추가적인 해양오염 방제를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한 뒤 방제작업을 했다. 등선팀은 파손부위를 커다란 ‘자석패드’로 붙이는 응급조처에 나섰다. 해양환경공단에서는 추가적인 2차 해양오염사고를 막기 위해 급유선에 남은 기름을 빼내고 마무리 방제작업에 나섰다.

사고 어선엔 모두 20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충격으로 바다에 떨어진 8명은 해경 헬기 등을 통해 구하고, 남은 실종자 2명을 찾는 것으로 이날 훈련은 마무리됐다.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진행된 'READY Korea 2차 훈련(해양사고 복합재난)'에서 해양경찰 및 소방관들이 합동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뉴스1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진행된 'READY Korea 2차 훈련(해양사고 복합재난)'에서 해양경찰 및 소방관들이 합동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뉴스1

복합재난 상황 가정한 레디코리아 훈련 

레디코리아 훈련은 ‘복합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대응태세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계획됐다. 이날은 어선 ‘조난’과 급유선 ‘선상화재’ 상황이다. 이날 훈련은 지난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발생한 급유선과 어선 충돌로 15명이 사망한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둬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국내 해양선박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18년 2671건에서 지난해 2704건으로 증가했다.

훈련은 이날 오후 2시 접수된 가상의 119신고부터 이뤄졌다. 남해 해경청은 상황관리시스템을 통해 행안부와 해수부·소방청·해경청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즉시 전파했다. 재난대응 콘트롤타워인 행안부는 관계 기관과 상황판단회의를 열었고 현장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이 끝난 후 강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이 끝난 후 강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전같은 훈련으로 재난 대비체계 마련 

해수부에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가동됐다. 울산시에서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는 조난, 선박화재 등 피해규모가 크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해수부(중앙사고수습본부)와 함께 선원구조·구급, 화재진압, 해양오염 방제 등에 나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현장 지휘 차에서 원격으로 중대본 회의를 열고, 기관별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번 훈련은 신속한 상황전파를 통한 출동부터 전복선박 선체 절단 후 인명구조, 해상화재 진압, 해양오염 방제까지 대응체계를 숙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실전형 합동훈련인 레디코리아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에 대한 대비체계를 튼튼하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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