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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때는 서민 생각에”..적자에도 폐업 유보한 연탄 공장

중앙일보

입력

폐업을 결정한 광주광역시의 유일한 연탄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경영난으로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지만, 취약계층 겨울나기에 보탬이 되고자 폐업을 유보했다.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문 닫으면 연탄값 올라”
지난 3일 오전 9시 광주 남구 송하동 남선산업 연탄 공장에서는 윤전기 가동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댔다. 윤전기는 연탄을 찍어내는 기계다. 컨베이어 벨트가 연탄을 부지런히 옮겨 나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는 연탄 소매업자가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었다.

남선연탄이 재가동하면서 광주·전남지역 연탄 가구(광주 1000가구, 전남 3500가구 추정)가 올겨울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연탄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남선연탄이 문을 닫게 되면 소매업자들이 전북 전주 등 다른 지역으로 연탄을 사러 가야 한다. 현재 연탄 가격은 광주지역은 장당 800원, 전남지역은 800~1000원이다. 이날 연탄공장에서 만난 소매업자 최모(63)씨는 “전주까지 연탄을 가지러 간다면 운송비 등이 반영돼 장당 200원가량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직원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직원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줄어드는 연탄 공장
1954년 문을 연 남선연탄은 올해 69주년을 맞았다. 1970년대 후반에는 연간 최대 1억 6000만장, 하루 40만장을 생산했다. 그러나 가정용 연료가 기름과 가스 등으로 바뀌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소비가 줄기 시작해 2000년대에는 연간 2000만장을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400만장으로 대폭 감소하면서 적자가 불가피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내놓은 ‘전국 가동 연탄 공장 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12월 전국 연탄 공장 수는 39개였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30개로 줄었다. 매년 조금씩 줄어들다가 올해 9월에는 21개 공장만이 가동하면서 4년 사이 18개 공장이 폐업하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다른 사업으로 겨우 가동”
사업 초창기에는 남선연탄 인근에 연탄 공장 3개가 더 있었지만, 경영난으로 줄줄이 폐업했다. 이에 남선연탄은 광주 유일 연탄 공장이 됐다. 직원은 가장 많을 때 150명 넘게 있었지만, 현재는 13~14명만 남아 있다. 남선연탄 관계자는 “회사가 식품 등 다른 사업도 하고 있어서 연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도 연탄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해 재가동을 결정했다”고 했다.

주민 민원도 골치
남선연탄이 폐업을 결정한 이유에는 끊임없는 주민 민원도 있었다. 사업 초기 공장 주변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변두리였다. 하지만 주변이 개발되면서 ‘연탄 먼지가 날린다’는 항의가 4~5년 전부터 빗발치기 시작했다. 민원을 받은 공무원은 공장을 찾아 ‘물을 자주 뿌려달라’고 말하고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관계자는 “오늘도 오전에 공무원이 찾아와 한참을 지켜보다 갔다”고 했다.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남선연탄 공장에서 소매업자들이 화물차에 연탄을 싣고 있다. 황희규 기자

“연탄이 더 따뜻하기도”
연탄을 사용하던 주민들은 남선연탄 가동 소식을 반겼다. 광주 서구 화정2동에 거주하는 김순예(82)씨는 “연탄은 이틀에 3장이면 충분하지만, 가스보일러를 켜면 한 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수입이 없는데 10만원은 너무 큰 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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