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갯속 미 대선, 안보 리스크 미리 관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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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4년 만에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 가능성 커져
트럼프 재선되면 한·미동맹과 북핵 등에 큰 영향
미 정치 동향 면밀히 살피며 네트워크 점검해야
내년 미국 대선(2024년 11월 5일)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 정치와 세계 경제에 줄 영향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큰 변화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서 나올 미국 대선 결과는 한반도 지정학과 경제 상황에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어 면밀한 관찰과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한 달 사이 발표된 미국의 11개 여론 조사 결과를 종합해 산출한 평균 지지율을 보면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8%로 조 바이든 현 대통령(44.1%)을 0.7%포인트로 앞섰다. 지난해 한국 대선 결과를 연상케 할 정도로 초박빙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투·개표 과정을 포함해 남은 1년간 더 많은 예측 불허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미국 대선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경제를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는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는 통계상으로는 빠르게 회복했지만, 완전히 고삐를 잡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복병이다. 고유가가 체감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길어지면 아랍계 및 무슬림 표 이탈과 청년층의 반전 여론 등이 바이든 대통령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엔 이스라엘 편에 서서 사실상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패권 도전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까지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내년이면 각각 82세(바이든)와 78세(트럼프)가 될 두 사람의 고령 리스크, 네 차례 기소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등도 대선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엔 그동안 탄탄하게 다진 한·미 관계와 한·미·일 협력 구도 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겠지만,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겐 트럼프 재임 기간(2017~2020년) 한·미 동맹이 홍역을 치른 기억이 생생하다. 방위비 분담금 500% 증액 압력에서 보듯,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바람에 동맹의 신뢰가 흔들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비핵화 거래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 결과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반도 안보지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곤 했다. 196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이듬해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1년 3월 주한미군 2만명을 철수시켰다. 그런 닉슨의 결정 배경에는 닉슨의 야인 시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푸대접’이 작용했다는 일화마저 있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의 성향과 생각은 우리 안보에 현실적으로 중요한 변수다.

대통령실은 물론 외교 당국은 미국 국내 정치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외교·안보 전략 ‘플랜B’를 다듬어야 한다. 백악관과 민주당 고위 인사들과의 소통을 긴밀히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정치인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미리 점검하고 구축하는 노력을 소홀히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부분은 의원 외교로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공화당 고위 인사를 활발하게 접촉했다. 참고할 만한 독일의 발 빠른 선제 외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