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02호)·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의 월동지로 유명한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빙애여울에 재두루미 떼가 날아들었다. 이광길 임진강평화습지원 소장은 3일 “이곳에는 지난달 15일부터 시베리아에서 재두루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들기 시작한 뒤 현재 40여 마리가 도착했다”며 “이달 중순이면 두루미 무리도 도착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빙애여울은 군사분계선에서 3㎞ 정도 떨어져있어 민간인 출입은 통제된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빙애여울에선 재두루미의 목욕 장면도 관찰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영상을 보면 재두루미 부부는 평소 휴식하며 먹이 활동을 벌이는 10∼20㎝ 깊이의 강가에서 조금 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어 수심 30㎝ 정도 깊이의 강물에 멈춰 선 뒤 다리를 굽혀 물속으로 몸을 담근 뒤 힘차게 날개를 퍼덕였다. 그리고는 등을 물속에 담근 채 양쪽 옆으로 드러누운 채 날개를 퍼덕였다.
그 동안 재두루미 부부가 한 마리씩 돌아가며 보초를 서듯 강가를 두리번거리면서 삵 등 천적의 접근을 경계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석우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는 3일 “부부로 추정되는 재두루미 한 쌍이 강에서 목욕하는 3분가량의 모습을 영상용 망원카메라로 포착했다”며 “성격이 예민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재두루미의 목욕 모습 또한 깔끔하고 철저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빙애여울 일대 연천 민통선 내 임진강에선 매년 겨울이면 700여 마리의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이듬해 3월 중순까지 머물며 겨울을 난다. 운 좋을 경우 두루미 부부의 ‘학춤’도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