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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몰아세우지 마세요"…행복에 건강까지 부르는 이 말 [더, 마음]

중앙일보

입력

‘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단단한 마음을 응원하며 매주 1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이번 주는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메이븐)입니다. 2011년에 나온 이 책은 올해 10만부 판매 기념 개정판이 나왔을 정도로 스테디셀러인데요. 저자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는데요.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은 어떤 책?

후회되는 일이 없냐고요? 많습니다. 하지만 후회를 하느라 오늘을 망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오늘을 재미있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걱정과 고민이 많겠지만 오늘은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당신 자신을 챙기기를 바랍니다. p.7.

저자 김혜남은 정신분석 전문의입니다. 전공을 살려 10여 권의 책을 썼는데요.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는 80만 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살아간다면』은 30만 부가 팔렸죠. 저자는 30년간 환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원인’을 찾아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요. 많은 이들이 인생을 잘 살길 바라며 다양한 책을 써왔다고 해요.

저자는 2001년 마흔 두살에 몸이 차츰 굳어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는데요. 절망의 수렁에 한동안 빠져있었다고 해요. 그러다 ‘몸이 불편해졌을 뿐인데 나는 왜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일까’ 싶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해요. 덕분에 분노가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왔죠. 저자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병을 얻고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해요. 유학을 가서 정신분석을 더 공부하겠다는 꿈을 접었고요. 먼저 떠난 언니 몫까지 잘 살아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딸 역할도 조금 덜 하게 됐다고 해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바쁜 남편을 둔 아내로서 ‘내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내려놓았대요. 결과적으로 삶이 단순해졌고, 미뤄왔던 일을 하면서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라고 하는데요. 저자의 마음이 변하면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게 됐다고 볼 수 있죠.

상황과 상처 ‘받아들이기’  

우리가 할 일은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자책하며 주저앉지 말자. 그리고 더이상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묻지도 말자. p.92.  

살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돼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사고로 떠날 수도 있고요. 갑자기 병에 걸리기도 하고요.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기도 하죠. 이처럼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부여잡고 있는 것처럼 주어진 상황만 생각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저자는 불치병을 얻은 자신도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고백하는데요. 하지만 ‘받아들이기’ 과정을 거치면서 다음 단계를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어릴 적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해요. 다섯 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나 사랑을 더 받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데 뛰어난 둘째 언니가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언니를 원망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바람까지 생겼는데요. 실제로 저자가 고3일 때 언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언니의 죽음도 제대로 슬퍼하지 못했고요.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서 연애도 어려웠다고 해요. 다행히 ‘받아들이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나아졌다고 합니다.

받아들이기는 다양한 모습일 수 있어요. 그야말로 현재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칠 수도 있고요. 현재의 심리 구조에 과거의 일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는 방법도 있어요. 지금 나의 아픔을 보면서 보다 근원적인 아픔을 탐색해 보는 거죠. 이렇게 현재 자신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이 과거에서 비롯됐다는 걸 파악하는 걸 ‘지식적 통찰’이라고 하는데요. 문제의 근원에 대해 가슴 깊이 느끼며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 ‘감정적 통찰’을 하면서 우리는 변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밟아가는 것은 조금 어려워요. ‘감정적 통찰’을 한 번만 하는 건 아니고요. 여러 차례 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내 안의 응어리를 비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죠. 이렇게 자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찾으면 자신이 분노하는 패턴을 파악하게 돼요. 만약 어린 시절에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서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 때 분노할 수 있는 건데요. 이러한 자신의 감정 패턴을 파악하면 감정이 생겼을 때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고 해요. 이 노력이 더해지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용기를 내어 상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기를 내어 상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 Unsplash, Joshua Earle

용기를 내어 상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 Unsplash, Joshua Earle

과거와 ‘이별하기’, 슬픔을 ‘애도하기’

잃어버린 것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고 떠나보낸다면 우리는 그것을 가슴에 소중히 간직한 채 새로운 것을 향해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기억과 추억이 소중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중략) 억지로 잊어버리려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잃어버린 사람을, 잃어버린 무엇을 잘 떠나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 p. 262~263.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과거와의 이별이란 슬픔이 내포되어 있다’고 해요. 새로운 출발은 항상 과거에 친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에서 시작되는데요.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나를 보호해주고 사랑해주던 따뜻한 부모의 품과 이별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거대한 꿈과 이별해야 하죠. 체념의 고통을 느끼면서요. 그리고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가진 권리만큼 의무도 커진 시절이 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친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는 성장통이 찾아오는데요. 성장통은 우리가 자라기 위해 겪고 넘어가야 할 산이에요. 그 산을 넘은 뒤에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죠. 상처를 이겨내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요. 자신의 가치도 깨닫게 되는데요. 상처가 치유되면서 숨어 있던 힘이 나타나기도 해요. 우리는 상처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어야 해요. ‘바로 삶이란 무엇인지, 예측 불허하고 불공평한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 하죠.

과거와 이별하는 과정이 바로 ‘애도’인데요. 애도 기간에 우리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얻게 되죠. 애도하지 않으면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 안에 사로잡혀 과거를 헤맬 수 있다고 해요. 장례식을 치르면서 애도 과정을 거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또 과거의 나와 이별하는 것도 필요해요. 어린 시절의 슬픔을 떠나보내면서 살아낸 나를 응원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끝내며 ‘비로소 새로운 만남을 향해 출발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애도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만남을 향해 출발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 Sebastian Staines

애도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만남을 향해 출발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 Sebastian Staines

완벽주의자가 아닌 최적주의자로 ‘나아가기’  

세상이 내 모든 것을 빼앗고, 나에게 최악의 상황을 주었더라도 나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내 선택권이다. p. 74.  

나의 상황과 상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느끼며 애도를 충분히 했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쩌면 사람들은 이 과정을 거치며 냉소적으로 변할지 몰라요. 저자는 이런 삶을 경계하며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쾌한 사람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죠. 저자는 먼저 솔직하게 나의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공하고 싶고,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인정하고요.

불치병을 얻은 저자는 절망이라는 바다에 빠졌지만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어느날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현재의 소중한 내 시간이요.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하면서 괴로워하지 않기로 해요.

저자는 ‘완벽주의자가 아닌 최적주의자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데요. 그러면 피곤해서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고, 완벽한 상태로부터 멀어진다고 하네요. 늘 날이 서 있는 이런 사람을 반기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대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의 삶을 다하는 ‘긍정적 완벽주의’로 살면 길이 열린다고 합니다. ‘완벽한 성공’이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면 목표 지향적으로 살면서도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더, 마음 읽기 가이드

사람들은 김혜남 작가의 어떤 점에 열광할까요. 유려한 글이나 전문성 때문일까요. 아마도 병마와 싸우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이타적으로 사는 모습이 근사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병이라는 손님과 함께 살며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저자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들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합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지겨울 때가 있는 법이라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다.' (p.189)
‘나는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은 무한한 친절과 배려가 아닌 명확하게 선을 긋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p.225)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p.285)
‘배우자가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라.’ (p. 298)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때때로 어른의 짐을 잠시 벗어 놓고 놀 수 있어야 한다.’ (p.301)

저는 수많은 조언 가운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면 행복할뿐더러 건강까지 좋아진다’ (p.318)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독자분들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면서 행복감, 성취감, 자존감을 고루 느끼면 좋겠습니다.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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