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파민 유혹? 솔직해지세요" 세계적 중독 전문가의 처방 셋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단단한 마음을 응원하며 매주 1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이번 주는 『도파민네이션』(흐름출판)입니다. 끝없이 도파민을 좇는 현대인의 문제를 날카롭게 직시한 이 책은 지난해 3월 번역 출간돼 12쇄를 찍었습니다. 책의 부제는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인데요.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법을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도파민네이션』은 어떤 책?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미디어든, 우리 모두는 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소비가 우리 삶의 동기가 된 세상에서 강박적 과용에 대처하는 과학적 처방을 제시하고 일상에서 쾌락과 고통을 관리하는 실천적 방법을 담으려 노력했다. p. 8.

저자 애나 렘키는 중독 치료 전문가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정신의학, 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이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고요. 수만 건에 달하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의 중독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데요. 우울증 환자였던 저자는 중독자였습니다. 로맨스 소설에 중독돼 그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한 적이 있죠. 덕분에 저자는 사람들이 중독된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저자는 중독에서 빠져나와 일상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던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줘요. 그리고 단언합니다. 중독 현상 너머에 있는 나를 보면 ‘세상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중독에 시달린다. 사진 Unsplash, Adrian Swancar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중독에 시달린다. 사진 Unsplash, Adrian Swancar

애나 렘키는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사람은 무언가에 중독돼 있다고 봅니다. 현재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중독 대상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중독될 수 있죠. 저자는 중독 행위 대처법을 제시해주고 싶어서 대처법을 알려줄 사람을 찾았는데요. 중독의 희생양이었다가 중독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사전 동의를 얻어 환자들을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책에 실었다고 해요.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생생한 중독 탈출기’입니다.

쾌락을 탐한 만큼 고통을 겪게 된다

반복적인 쾌락으로 우리의 신경 설정값이 높아지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끝없이 갈등할 것이다. p. 87.  

먼저 도파민이 무엇인지 알아볼게요. 1957년 발견된 도파민은 ‘쾌락과 고통의 지휘자’로 알려져 있어요.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뇌의 신경전달물질이죠. 뇌는 큰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쾌락을 느낍니다. 더 큰 자극을 갈망하면서 중독에 빠져요.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것은 도파민이 우리를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주목할 만한 신경과학 연구 결과는 바로 이겁니다.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하고,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건데요. 간단히 말해서 쾌락과 고통은 각각 양팔 저울 왼편과 오른편에 놓인 것처럼 작동한다는 거죠. 한번 떠올려보세요. 한쪽에는 쾌락이 있고 다른 쪽에는 고통이 있는데요.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보상 경로에서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저울이 더 많이 기울어질수록, 더 많은 쾌락을 느끼죠.

우리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해요. 저자는 이 모습을 ‘그렘린(gremlin, 도구나 기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상 속 존재)들이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저울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그렘린들은 생물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경향인 항상성을 대변한다’는 건데요.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 나면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돼요. 중독 환자들이 쾌락의 대상을 탐닉할수록 불안감 같은 고통이 더 나타나는 것처럼요.

저울의 한쪽에는 쾌락이 있고, 한쪽에는 고통이 있다. 사진 Unsplash,Elena Mozhvilo

저울의 한쪽에는 쾌락이 있고, 한쪽에는 고통이 있다. 사진 Unsplash,Elena Mozhvilo

‘쾌락을 탐할수록 그만한 고통을 얻게 된다’는 건데요. 오랫동안 충분히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있으면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저울이 수평을 이루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중독 행위가 아닌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기 같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쾌락을 맛볼 수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중독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그 효과적인 방법을 짚어보겠습니다.

① 고통 받아들이기

내가 내 환자들에게 늘 얘기하지만, 하루에 30분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즉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알약보다 기분, 불안, 인지, 활기, 수면에 더 깊고 일관성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p. 186.

저자는 약물치료에 회의적입니다.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약물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약물치료만 하면 감정이 무뎌지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저가가 강조하는 방법은 ‘고통 받아들이기’입니다. 고통은 앞서 설명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에 따라서 쾌락을 불러오죠. 고통이 쾌락으로 바뀐 경험이 있지 않나요. 사람들은 운동한 뒤 러너스 하이를 느끼고요. 무서운 영화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체감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고통 받아들이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어요. 먼저 중독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운동을 하는 겁니다. 고통에 직면하는 것부터 설명해볼게요. 요즘에는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요. 책에 소개된 학생도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데요. 저자는 “중독 행동에서 벗어나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고 해요. 중독 행동은 우울감을 키우기 때문이죠. 덕분에 그 학생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자신과 친해져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고, 세상과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또한 저자는 ‘운동이라는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합니다. 운동 그 자체는 고통스럽지만 많은 쾌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운동은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긍정적인 기분 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을 증가시키는데요. 새로운 뉴런을 만들 뿐 아니라,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을 낮추거든요. 운동은 약물에 중독된 이들이 의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운동을 계속하는 건 어려워요. 그래도 해야 합니다.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요.

저자는 '운동이라는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사진 Unsplash, Fitsum Admasu

저자는 '운동이라는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사진 Unsplash, Fitsum Admasu

② 솔직하게 말하기

나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솔직함이 의식을 고양하고,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며, 더 진심 어린 이야기에 힘쓰도록 하고, 만족 지연 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한 솔직함은 미래에 중독이 커지는 상황을 막아준다. p, 246”

저자는 ‘솔직함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합니다. 종교와 윤리 규범에서도 솔직함은 중요한 요소인데요. 심리 치료를 할 때도 솔직함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회복에 성공한 환자들을 지켜보며 그 기저에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고통스럽죠. 오히려 거짓말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두 살 때부터 거짓말을 하는데요. 청소년기에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고 거짓말을 줄이죠. 성인들은 더 정교한 거짓말을 한다고 하네요. 거짓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일 수도 있는데요. 중독 문제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에는 남동생의 소포를 몰래 뜯은 사람이 그 사실을 털어놓는 사연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사실대로 말하면서 관계가 나아지고, 더 나아가 중독 행동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중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솔직하게 말한 사람들 또한 차차 회복하게 되고요. 저자는 솔직함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우리의 행동을 확실하게 의식하도록 한다, 둘째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셋째 진실한 삶을 이끌어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아주 작은 솔직함이 거대한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셈이죠.

저자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사진 Unsplash, Priscilla Du Preez 🇨🇦

저자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사진 Unsplash, Priscilla Du Preez 🇨🇦

③ 수치심 환영하기

내 환자들의 실제 경험에 따르면, 친 사회적 수치심은 자기애의 거친 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우리를 지탱하는 사회적 연결망에 더 가까워지도록 하며, 우리의 중독 경향을 억제함으로 긍정적이고 건강한 효과를 낳는다. p. 273.

우리는 솔직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이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자는 초콜릿 장인이 만든 초콜릿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고 해요. 하지만 저자는 아이들 모르게 초콜릿을 조금씩 먹어 치웠어요. 처음엔 발뺌하다가,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수치심을 느꼈죠. 그 덕에 그는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고, 아이들은 실수해도 영원히 버림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해요.

중독을 일삼는 사람들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그럼에도 그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수치심을 경험하며 행동을 개선하게 되죠. 파괴적 수치심이 아닌 친사회적 수치심을 느끼면서 말이에요.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조 모임에서 자신의 행동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수치심을 느끼는데요. 자신과 같은 중독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면서 말하면, 유대감을 느끼며 반성을 하고, 중독을 개선하게 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저자는 20년 이상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만났는데요. ‘나는 피해자다’라는 서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남을 비난하기 바빠서 자신의 회복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건데요. 이런 경우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자신의 책임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피해자 의식을 넘어서게 되면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나아간다면 자기 생을 끌고 나갈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죠.

‘더, 마음’의 읽기 가이드

세계적으로 중독 현상이 만연하고 있어요. 우리는 무언가에 빠져 있습니다. 뉴스를 장식하는 약물 중독자들만 중독된 것이 아닙니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오가며 세상을 탐닉합니다. 사람들은 인터넷 중독뿐만 아니라 포르노 중독, 전자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 성 중독, 쇼핑 중독을 경험하기도 하는데요. 그 대상에 집착한 나머지 일상생활이 흐트러진다면 그것은 취미가 아닌 중독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SNS 중독자예요. 그동안 저는 SNS 중독 행위가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순간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그저 놀기 위해 계속 애쓰다 보면 진정한 나 자신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답니다. 이러한 중독 행위로 점철된 인생을 살면 진정한 내면을 바라볼 시간이 없어지고, 더 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독자분들도 무언가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을 텐데요. 특정 대상에 본인이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는지 파악해 보고요. 쉽게 사라질 수 있었던 시간을 움켜쥐면서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거기에 다가가길 권한다. 이렇게 하면 세상은 굳이 도망갈 필요 없는 아주 멋지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p. 277~278.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