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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코어 근육'을 키우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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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매주 1권씩 추천합니다. 이번 주는 『코어 마인드』(위즈덤하우스)입니다. 지난 8월 출간된 이 책에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정리돼 있습니다. ‘삶의 어려움을 비료 삼아 성장하는 마음 챙김의 기술’을 연마하다 보면 성숙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책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코어 마인드』는 어떤 책?    

몸을 건강하게 다지려면 허리, 복부와 등 근육 같은 ‘코어 바디’가 단단해야 하듯 인생의 어려움과 굴곡을 잘 이겨내고 제대로 살아가려면 내 마음 중심에 있는 ‘코어 마인드’가 단단해야 합니다. p. 7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지나영 교수입니다. 대구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한 분이죠. 하버드 의과대학 뇌 영상연구소를 거쳐서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정신과 레지던트와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고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계 병원인 케네디크리거인스티튜트 소아정신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자율신경계 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이란 난치병을 앓으며 장기간 투병생활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마음이 흐르는 대로』(다산북스)로 담아내 화제가 됐죠.

저자는 ‘마음고생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에게 코어 마인드를 단단하게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이 책은 저의 여러 강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과서와도 같다’고 말합니다. 책에는 코어 마인드 훈련법이 많이 나오는데요. 저자가 훈련법을 소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건, 스스로 마음고생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요.

저자는 사람들이 겪는 마음고생의 근원에는 나와 타인,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봐요. "나는 못났어" "세상은 전쟁터야" 같은 시각 말이죠. 우리 안에 뿌리내린 이러한 믿음을 심리학에서는 '핵심 신념(core beliefs)'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핵심 신념을 건강하게 만들면 마음고생을 덜 수 있다고 해요. 내 마음의 중심 즉 '코어 마인드(core mind)'를 개선하면 심리적인 어려움을 좀 더 수월하게 헤쳐갈 수 있죠. 저자가 강조한 코어 마인드 훈련법을 소개해 볼게요.

왜 생각이 중요한가  

생각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을 좀 더 중립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p. 21~22  

저자는 코어 마인드 훈련법을 소개하기 전에 ‘생각’을 강조합니다. 생각을 바꿔서 감정과 행동에 변화를 주는 치료를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정신과 의사들의 영업 비밀이라고 합니다. 의사는 환자가 다른 생각을 통해 다른 감정을 갖도록 돕는데요. 감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조절할 수 없지만, 생각을 조절하면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답니다. 예컨대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슬픈데요.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사랑하는 마음이 밀려오잖아요.

사진 Unsplash, Dominik Lange

사진 Unsplash, Dominik Lange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는 거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뇌에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요. 우울하다고 생각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줄어들면서 기분이 가라앉는데요.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 박사는 생각 → 감정 → 행동 →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인지 모델이라고 했죠. 이에 기반을 둔 인지행동치료를 해서 생각을 건강하게 바꾸면 마음고생을 덜 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책에 나온 사례를 소개할게요.

인지행동치료 사례

[치료 전 사례]
생각: 데이트할 때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니까.
감정: 불안, 걱정, 부끄러움.
행동: 데이트하러 가도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함. 자신 있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못함.

[치료 후 사례]
생각: 나는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감정: 기대, 설렘, 희망적임.
행동: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헤어질 때 애프터를 신청함.

이 사례를 보면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을 겁니다. 생각에 따라서 감정과 행동이 달라지니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자는 ‘그 사람의 핵심 신념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핵심 신념이 있으면 [치료 전 사례]처럼 되고요.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야’라는 핵심 신념이 있으면 [치료 후 사례]처럼 되는 거죠.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인지행동치료의 목표는 ‘건강하지 않은 핵심 신념을 더 건강하게 수정해 감정과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인데요. 핵심 신념이 긍정적인 사람은 힘든 일을 겪더라도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일도 많이 경험하고요.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부정적인 핵심 신념을 갖고 있는데요. 저자는 ‘내가 처한 현실은 내가 인지하고 생각하는 데서 나오고, 우리에게는 생각을 바꿀 힘이 있다’면서 긍정적인 핵심 신념을 갖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하네요.  

I choose to (내가 선택한다)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는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세요. 이렇게 ‘I have to~(내가 ~을 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I choose to~(내가 ~을 선택한다)’의 마음자세를 가지면 인생의 방향키를 내가 쥐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p. 44  

핵심 신념을 긍정적으로 만들려면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까요. 저자는 끌려가는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라고 말합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나는 이런 삶을 살기로 선택했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내가 주체적으로 내 삶을 선택했다’는 것을 자각하면 마음자세가 달라집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참기 어려워도 내가 선택한 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는 견딜 만합니다. 내가 선택한 일을 해서 얻는 만족감도 남다르죠. 실제로 인간은 자신이 결정한 일에 더 적극적으로, 더 강한 인내심을 갖고 임한다고 하네요.

사진 Unsplash, Jon Tyson

사진 Unsplash, Jon Tyson

선택지가 다양하다면 선택할 때 어려울 겁니다. 이럴 때는 자신과 진지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어요. 소크라테스식 질문법대로 스스로 질문해서 진실한 생각을 끌어내는 거죠. 인지행동치료나 상담, 코칭에서도 이 질문법을 많이 활용하는데요. ‘왜 그게 중요한데? 그게 어떤 의미인데?’라고 자문하면 진심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물론 살아가는 게 너무 버거워서 선택조차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자도 난치병이라는 터널 안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 할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집착하며 에너지를 쏟지 않고 상황을 긍정했다고 해요.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하면 뿌듯할까 궁리했죠. 5분 명상, 책상 치우기와 같은 작은 행동을 선택하고 힘을 낸 자신을 칭찬해주고요. 이런 일을 하면서 현재를 더 뜻깊게 살 수 있고,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기회도 더 잘 보였고, 기회도 잘 잡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I get to (내가 하게 되다니)  

일단 하기로 결정했다면 ‘I have to do it’이라며 억지로 하지 말고 ‘I get to do it’이라고 주문을 외워보는 거예요.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미소 짓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마법처럼 스르륵 기분이 좋아지는 걸 경험해보세요. p. 57  

내가 내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게 어디야‘라고 말하는 겁니다. 운 좋게 이 일을 할 기회가 생겼다며 감탄하는 거죠. 가령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해볼까요. 핵심 신념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직장을 다니기로 결정했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데요. 그보다는 ‘내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짜증 나고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보다 즐겁고 기쁘게 이 일을 하게 되죠.

감사의 효과는 많은 심리학 임상 연구에서도 입증됐는데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뇌의 전전두엽 일부와 시상하부 등이 활성화돼요.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 인지,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감정 조절 능력과 사회성이 강화되고요. 시상하부는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연결하고 대사 과정과 자율신경계 활동을 관장하는 부위인데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몸의 대사가 원활해지고 수면의 질도 좋아지고 몸과 마음이 안정적이고 평온해진다고 해요.    

‘내가 하게 되다니'라고 감탄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자세가 있기 때문인데요. 저자는 긍정적인 마음자세란 무한 긍정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모든 상황에는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음을 알고, 어떤 것이든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자세’라는 겁니다. 긍정적인 사람이란 힘든 일을 겪어도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는 사람이란 거죠.

사진 Unsplash, Fuu J

사진 Unsplash, Fuu J

의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저자 또한 출근길이 언제나 즐거웠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다 난치병을 얻으면서 1년 가까이 한국으로 건너와 어머니의 간호를 받았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남편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요.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볼티모어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하러 갈 수 있게 됐구나’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죠.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이 ‘하고 싶은 일도 즐겁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하네요. 재활 훈련을 할 때도 ‘내가 운동을 하게 되다니’라고 생각하자 더 신나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하고요.

‘더, 마음’의 읽기 가이드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분이 이 책을 통해 이 소중한 메시지를 진실로 체감했기를 바랍니다. 또한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p. 318  

이 책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저자가 강조한 대로 책에는 실생활에 유용한 다양한 훈련법이 정리돼 있어요. 나보다 남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 남과 나의 몸값을 매길 때 내 몸값을 낮추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있고요. 내 단점을 숨기려고 하지 말고 더 두드러지게 드러내면 도리어 단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욱한다면 ‘상대방에게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이해해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수박 안의 상태를 알 수 없듯이 상대방의 현재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만약 공황장애가 있다면 이 감정이 '바람처럼 지나가리라’ 생각해보라는 제언도 나옵니다.

사진 Unsplash, Dingzeyu Li

사진 Unsplash, Dingzeyu Li

이 책은 다양한 훈련법을 소개하는데요. 제가 앞에서 'I choose to' 'I get to' 에 주목해서 설명한 것은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저자의 강연을 다녀왔는데요. 저자는 청중에게 “자신의 인생을 항해하는 캡틴이 되면 좋겠다”면서 “ I choose to, I get to라는 생각 훈련을 하면서 긍정적인 코어 마인드를 갖길 바란다”고 당부하더라고요. 저자의 조언대로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내 몸과 마음에 감사라는 감정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독자분들도 이러한 생각을 해보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체감하면 좋겠습니다.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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