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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상임위원, 故 윤 일병 유족 수사 의뢰...유족은 "이건 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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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고(故) 윤승주 일병 유가족, 인권위 소속 직원 한 명을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사무실에 불법 침입해 자신들을 감금했다는 이유다. 반면 군인권센터와 유가족 측은 “두 사람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황당하다”며 반박했다.

김 위원과 이 위원은 3일 인권위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임 소장과 유가족들이 인권위 상임위원실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장시간 난동을 계속하고, 상임위원을 감금했다”며 “인권위 상임위원의 독립적 인권보호 직무수행에 심각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측의 설명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지난달 18일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위원장실과 상임위원실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유가족들은 보안 장치가 설치된 유리문이 열리자 이를 통과해 복도에서 송두환 위원장을 1시간 가량 기다렸고, 이후 송 위원장과 1시간 가량 면담한 뒤 돌아갔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위원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유가족들이) 밖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워 (사무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감금 상태가 됐다”며 “건조물 침입죄, 특수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반면 군인권센터 측은 “상임위원회 밖에 있는 복도에서 위원장과의 면담을 기다렸을 뿐, 상임위원실 내부에 침입했다는 주장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이 위원의 경우 점심 식사를 하러 밖에 나갔다 오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과 고 윤 일병 유가족 측은 앞서 인권위 진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왔다. 고 윤 일병은 지난 2014년 4월 자대 배치를 받은 후 한 달간 선임들로부터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폭행 중 사망했다. 당시 육군은 그의 사인에 대해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로 뇌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다 논란이 일자 폭행 및 가혹 행위에 따른 사망으로 사인을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육군이 가해자들의 말에 속아 성급하고 안이하게 사인을 발표했다’며 사건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사인을 은폐·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유가족 측은 사건 발생 9주기를 앞둔 지난 4월, 당시 군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달 10일 이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사건이 발생하고 1년 이상이 지난 후 진정한 경우 각하가 원칙이고, 특례 규정상 각하 요건을 벗어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지만, 군인권센터와 유가족 측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가족들은 앞서 지난 9월 인권위가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수사단장을 맡았던 박정훈 대령의 긴급 구제를 기각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인권위를 방문했고, 군인권보호관인 김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측과 유가족들은 고 윤 일병 사건 관련 진정을 각하한 것, 그리고 이번 수사의뢰를 한 것 모두 김 위원의 보복성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박 대령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하고 나선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측도 3일 입장문을 내고 “(김 위원이) 진정 사건과 관련해 보복한 탓에, 위원장을 만나러 온 유가족들을 볼 낯이 없어 방을 나오지 않고 감금 당한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황당한 행태”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김 위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위원실 불법 침입과 난동, 감금은 인권위 현직 과장이 범행에 가담한 충격적인 공직기강 문란 사건이다. 강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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