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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리미엄, 집값 뛸 것" vs "김포 혜택까지 날릴 도박" [서울 편입론, 김포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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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일 오전 6시48분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한 버스장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이 종착역인 G6003 버스는 배차간격이 보통 20~30분이다. 심석용 기자

2일 오전 6시48분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한 버스장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이 종착역인 G6003 버스는 배차간격이 보통 20~30분이다. 심석용 기자

김포 통진읍 마송리에 사는 직장인 이모(35)씨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접하곤 귀가 솔깃했다고 했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 성수동 직장까지 출퇴근길이 수월해질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씨는 ‘김포 골드라인과 지하철’, ‘광역버스와 지하철’ 등 다양한 대중교통 조합을 이용해 출퇴근했지만, 극심한 혼잡도와 정시성 부족 때문에 모두 포기했다. 최근엔 자가용으로 개화역까지 간 뒤, 이후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간다. 2일 만난 이씨는 “지금은 광역버스 배차를 늘리는 데도 협의가 잘 안 되는데, 서울로 편입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교통개선” vs “오히려 불이익”…엇갈린 김포민심

 2일 오전 7시쯤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한 버스장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은 서울로 향하는 G6003 버스와 88번 버스가 배차간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심석용 기자

2일 오전 7시쯤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한 버스장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은 서울로 향하는 G6003 버스와 88번 버스가 배차간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심석용 기자

 여당의 제안으로 불거진 경기도 일부 지자체의 ‘서울 편입론’ 이슈가 김포 민심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2일 중앙일보가 만난 김포시민 다수는 교통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6월 통진읍으로 이사왔다는 최모(43)씨는 “김포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며 “그런데도 교통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교통여건이 고교 선택에 우선 작용하기도 한다. 서울에 편입되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김포 일부 지역 주민들은 서울 강서구 쪽 택시가 올 수 있으니 반길 것(택시기사 황모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프리미엄’을 타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성모(53)씨는 “구도심에 사람들이 더 들어오면 상권이 커지고 집값도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동에서 10년째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이모(40대)씨는 “서울 편입론이 나온 뒤 타 지역에서 부동산 시세 등을 묻는 연락이 온다”며 “아직까진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지가가 오르고 매매 문의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김모(42)씨도 “‘서울로 편입되면 집값이 오를 것 같은데 언제 파는 게 좋은지’ 등의 질문이 들어온다. 편입 관련 보도 이후로 문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27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김포시내 곳곳에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첩했다. 사진 홍철호 전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27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김포시내 곳곳에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첩했다. 사진 홍철호 전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

 그러나 서울 편입으로 외려 김포시민들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고촌읍 주민 한모(49)씨는 “중학생 아들이 농어촌 특례전형 대입을 생각중인데 서울로 편입되면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며 “김포구가 되면 지방세도 못 걷게 되고 가용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들었다. 서울의 인프라가 김포에도 갖춰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편입은 도박”이라고 말했다. 김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손모(44)씨도 “김포구가 되면 서울 내에선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풍무동 주민 안모(39)씨는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인 서울 편입보단 교착 상태인 지하철 5호선 연장안 해결이 더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시청 앞에서는 7일 서울 편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도 예고된 상태다.

고양선 ‘편입 추진위’도 등장

 ‘서울 편입’ 리스트에 오른 인접 지자체에서도 ‘동상이몽’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1~2㎞ 떨어진 고양시 대덕동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대덕동 덕은지구 고등학생들은 화전동 향동고로 등교한다. 2.5㎞ 거리에 상암고가 있지만 ‘고양시민’이라서 버스로 30분 거리를 이동해 등교한다. 대덕동 주민 김모(40대)씨는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서 덕은(지구)의 서울 편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며 “서울에 편입되면 동네 이미지도 좋아질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대덕동에선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이 진행됐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고양시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가칭)’ 발족을 추진하고 있다. 진현국 고양시민포럼 상임대표는 “고양시민의 생활권은 사실상 서울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보단 서울시로 들어가는 게 지역 발전에 더 도움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백경현 구리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구리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울 편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 고양시의 한 거리에 '고양시의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고양지역 시민단체 등도 ‘(가칭)서울시 편입 운동 본부’를 출범하기로 하는 등 고양시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경기 고양시의 한 거리에 '고양시의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고양지역 시민단체 등도 ‘(가칭)서울시 편입 운동 본부’를 출범하기로 하는 등 고양시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그러나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인접 지자체에서도 “과연 서울 편입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 역시 만만치 않다. 박종민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동장은 “화전동은 서울과 접해 있는데도 주민 대부분이 ‘말도 안 된다. 총선용 공약’이라며 고개를 젓는다”고 말했다. 성시상 광명시주민자치협의회장도 “토지주들은 편입에 찬성하지만, 주민 대다수는 ‘뜬금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서울 편입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여당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을 뺀 다른 지자체장들은 신중 기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구역 조정이 쉬운 일이 아닌데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입장을 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일 서울 편입론에 대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국토 갈라치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내부에서는 서울 편입론이 확산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메트로폴리탄 서울’ 정책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룰 만한 주제”라면서도 “구체적인 여론 수렴 등 과정이 미비했던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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