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핵무기 통제 등을 주제로 회담을 갖는다. 양국이 관련 논의를 하는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오는 6일 말로리 스튜어트 미 국무부 군비통제검증이행 차관보와 쑨샤오보(孫曉波) 중국 외교부 군축사 사장(국장)이 핵무기 통제 논의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이 며칠 안에 “군비 통제 및 비확산에 관한 협의”와 해양 문제 및 기타 문제에 대한 별도의 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합의는 오는 11~17일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의제 논의 중 이뤄졌다.
WSJ은 “이번 회담은 양측 핵전력에 한계를 정하기 위한 공식 협상의 시작은 아니고 미국이 중국의 핵전력 상황과 정책 등을 파악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기통제와 비확산, 오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아왔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중·러의 불안정한 3자 군비 경쟁을 억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대화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핵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열리게 됐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상원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안을 통과시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러시아는 이 조약을 2000년 비준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러시아도 핵 통제 회담에 참여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는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CTBT에 서명했지만, 2020년 미국과 러시아의 뉴스타트 연장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중국의 참여를 요구하자 자국 핵무기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중국은 핵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월 기준 5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2030년까지 1000개 이상 가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회담을 대만 문제와 연결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원하지만, 대만에 대한 이견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관계 안정화엔 군비 통제와 비확산 문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