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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업 3대’ 오병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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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그림은 함께 즐기는 것”

권혁재의 사람사진/ 화가 오병재

권혁재의 사람사진/ 화가 오병재

딱 10년 전 ‘마작클럽전’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전시가 있었다.

이름하여 ‘마누라가 몰라야 하는 작가들의 전시’였다.

이런 이상한 제목의 전시는 오병재 작가가 기획한 터였다.

이를테면 오 작가가 일반인들(교수, PD, 투자회사의 임원 등)의

멘토가 되어 6개월을 가르친 후, 그 결과물을 선보인 자리였다.

최근 오 작가가 서울 자하문로 ‘표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기에

10년 전 ‘마작클럽’ 전시를 연 이유부터 물었다.

“당시 미술의 접근성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전문직을 가진 제 친구조차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나 미술에 접근할 수 있는 ‘미술 대중화’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마작클럽전’인 겁니다.”

그렇다면 오 작가의 이런 기획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오 작가의 가계도에 답이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지호 화가, 아버지는 오승윤 화가였다.

오지호 화가는 우리나라에서 인상주의를 열어젖혔고,

오승윤 화가는 오방색 화려한 그림을 남겼다.

그러니 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미술을 접했고,

할아버지, 아버지와 다른 자신만의 화법을 찾게 되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영국에 가서야 나만이 시점이 확립됐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점이 정면이잖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 시점을 거꾸로 본 겁니다.

대상의 시점에서 보는 사람으로 거꾸로 오는 시선,

이를테면 나로부터 시작하여 소실점으로 가는 게 아니라,

대상으로부터 소실점이 제게로 오는 거죠.

이게 제가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인 ‘역(逆) 원근법’입니다.”

그의 답을 듣고 보니 결국 나, 너가 아닌 서로 ‘같이 본다’는 의미였다.

10년 전 기획한 ‘마작클럽전’ 또한 ‘같이 본다’는 뜻이었던 게다.